佛 마크롱 '공공개혁' 파격 행보… 우체국과 대형 생보사 합병 선언

입력 2018-09-03 17:37  

1조유로 국영금융그룹 탄생
26만명 근무 우체국 망 활용
농어촌 오지 금융실핏줄 연결



[ 설지연 기자 ]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행정부가 우편물 배송 수요가 줄고 있는 우체국과 정부 보유 보험회사를 하나로 합치는 파격적인 개혁 방안을 추진하고 나서 주목받고 있다. 운영에 어려움을 겪어 온 우체국에 은행·보험서비스를 결합해 활로를 열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마크롱 대통령식 공공개혁’의 또 다른 버전이다.

3일 경제 일간지 레제코 등에 따르면 프랑스 재정경제부는 국영 우체국 서비스인 ‘라 포스트’와 프랑스 대표적 생명보험회사 중 하나인 ‘CNP보험’을 합병하는 계획을 공개했다. 라 포스트와 CNP보험이 합병하면 자산 1조유로(약 1300조원) 규모의 은행·보험·우편서비스를 갖춘 국영 금융그룹이 탄생한다.

프랑스 재경부는 이를 위해 정부가 대주주인 국책은행 케스 데 데포를 합병 주관사로 선정하고 법률 개정 등 관련 절차에 착수했다. 케스 데 데포는 CNP보험(41%)은 물론 라 포스트(26%) 지분도 보유하고 있다. 합병은 케스 데 데포, BPCE은행 등이 보유한 CNP보험 지분을 라 포스트에 넘기는 방식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합병 절차는 내년 말까지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라 포스트는 직원이 26만 명으로, 프랑스 공기업 중 고용 인원이 가장 많지만 경영 효율성은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05년 유럽연합(EU) 경쟁 규정에 따라 프랑스 정부가 우편서비스의 독점권을 포기한 뒤 민간 서비스가 빠르게 발전하면서 공공 우체국은 시장 경쟁에서 밀리는 추세다.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경부 장관은 “라 포스트가 처리하는 우편물이 매년 7%씩 감소하고 있다”며 “우체국서비스를 근본적으로 재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프랑스에선 2014년과 2016년에도 이 같은 논의가 있었지만 실제 추진되진 못했다.

프랑스 정부는 우체국이 가진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이용해 새로 설립될 금융기업을 ‘소비자 금융허브’로 만든다는 계획을 내놓고 있다. 민간 금융회사 서비스가 많지 않은 농·어촌 지역에 우수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일부에선 마크롱 대통령의 약점으로 꼽히는 비도시 지역 유권자 지지율 확보에 도움이 될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라 포스트와 CNP보험이 합병되더라도 정부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최소 지분인 34%를 보유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르메르 장관은 “라 포스트는 100% 공기업으로 남을 것”이라며 ‘우체국을 민영화하기 위한 수순이 아니냐’는 노동계 우려를 반박했다.

■라 포스트(La Poste)

프랑스 우정사업본부. 1991년 우편, 전신, 전화서비스를 담당하는 정부 부처에서 분할돼 우편서비스만 담당한다. 라 포스트와 합병하는 CNP보험은 1959년 설립된 프랑스 대표적 보험회사 중 하나다. 프랑스를 중심으로 유럽과 남아메리카 지역에서 생명보험 건강보험 연금보험 등을 판매한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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