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기업 인수 상반기 3.2배 급증
국내시장 정체에 밖으로 눈 돌려
[ 김동욱 기자 ] 일본 기업들이 오랫동안 감춰왔던 칼을 꺼내들고 있다. 국제 인수합병(M&A) 시장에서 큰 목소리를 내지 않던 일본 기업들이 최근 들어 잇따라 대형 M&A를 성사시켜 주목받고 있다. 차세대 성장동력을 확보해 정체 상태의 내수 시장에서 탈출하기 위한 승부수라는 분석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3일 “전기자동차나 로봇에 쓰이는 모터를 주력으로 생산하는 일본전산이 내년 초까지 독일의 5개 로봇 관련 기업을 연쇄적으로 인수키로 했다”고 보도했다. 일본전산의 독일 5개사 인수금액은 500억엔(약 5000억원)으로 전망된다.
일본전산의 이번 M&A는 4차 산업혁명 분야에서 앞선 것으로 평가되는 독일 기업의 로봇 관련 기술력을 단시간에 확보하기 위해서다. 일본전산은 이번 M&A로 유럽에서의 판로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중국에서 생산하던 제품의 미국 수출에 제약이 커진 만큼 생산 거점을 다변화하겠다는 의도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올 들어 일본 기업의 해외 기업 M&A가 눈에 띄게 늘어난 추세다. 기업문화의 차이 등을 이유로 해외 M&A를 주저하던 모습은 과거 얘기가 되고 있다.
일본시장조사 업체 레코후에 따르면 2010년 371건에 불과했던 일본 기업의 해외 기업 인수는 지난해 672건으로 급증했다. 올 들어서도 6월까지 340건의 인수가 이뤄졌다.
대형 M&A 사례도 부쩍 늘었다. 올 들어서만 제약 업체 다케다약품공업이 7조엔(약 70조원)을 들여 아일랜드 제약사 샤이어를 사들였고, 비메모리 반도체 업체인 르네사스일렉트로닉스가 미국 인티그레이티드디바이스테크놀로지(IDT) 인수를 추진하고 나섰다.
이처럼 일본 기업들이 해외 기업 M&A에 적극 나서는 것은 고령화와 인구 감소 등으로 일본 내 시장 확대가 어려워지면서 해외에서 활로를 모색하는 경우가 늘었기 때문이다. 야노 요시히코 골드만삭스증권 연구원은 “과거보다 주력 사업을 스스로 일궈야 한다는 부담도 줄었고 초저금리로 거액의 인수자금을 구하기도 손쉬워지면서 해외 M&A로 눈을 돌리는 사례가 늘었다”고 말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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