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ALL STREET JOURNAL 칼럼] 미국의 '군비 감축' 카드는 통할까

입력 2018-09-03 19:21  

프랭크 H 버클리 < 美 조지메이슨대 교수 >


[ 설지연 기자 ] 세계 경제의 부가가치 합인 세계총생산이 지난해 80조달러를 넘어섰다. 물가변동 요인을 제거한 실질 지표로, 40년 전보다 세 배 이상 증가했다. 미국이 이끄는 세계 질서 속에서 세계 각국이 얻고 있는 경제적 이익을 반영하는 수치다. 세계는 개방된 해상 통로를 이용해 방해받지 않고 무역할 수 있게 됐으며 달러라는 기축통화를 사용하고 있다. 이것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세계를 보는 관점이다. 세계가 안보, 무역, 통화까지 미국에 ‘무임승차’하고 있으니 다른 나라들에 대가를 치르게 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세계 공동체의 역할을 돈으로 환산하기는 쉽지 않다. 어떻게 미국 정부는 다른 나라들에 대가를 지급하게 할 수 있을까. 한 가지 가능한 방법은 투자 이민 프로그램을 확대해 시민권을 판매하는 것이다. 하지만 시민권을 파는 것은 트럼프 행정부가 취하는 국수주의 흐름과 맞지 않는다.

어느 정도 효과 내는 무역 위협

또 다른 방법으론 외국인 직접투자에 출국세를 부과하는 것을 생각할 수 있다. 미국에 투자하는 외국 기업들이 수익을 재투자하지 않고 본국으로 송금할 때는 추가적인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다. 하지만 큰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지난해 미국에 많이 투자한 국가는 캐나다, 영국, 일본, 프랑스 등으로 이들은 미국의 법질서에 무임승차하고 있는 후진국이 아니다.

무역정책도 한 가지 방법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외교·군사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이미 무역정책을 사용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이 북한 문제와 관련해 도움을 준다고 여겨질 때만 무역에서 관대해지는 경향을 보인다. 캐나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미국은 재화와 서비스에서 무역 흑자를 내고 있고 900만 개 일자리가 캐나다와의 무역에 달려 있기 때문에 약간 느슨하게 대응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캐나다가 국내총생산(GDP)의 1.3%만을 군사비에 지출하는 데 대한 불만이 있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파기 위협까지 제기되는 이유다.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 위협은 어느 정도 효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맹국들은 천천히 군사비를 늘리고 있다. 하지만 무역전쟁이 일어나면 미국도 큰 패자가 될 수 있다. 동맹국들의 군사비를 합쳐도 지난해 6100억달러에 달한 미국 국방비 지출엔 근접할 수 없을 것이다. 문제의 해답은 ‘캐나다가 왜 GDP의 1.3%만 지출하냐’가 아니라 ‘미국이 왜 모든 나라보다 훨씬 더 많이 내느냐’에서 찾아야 한다.

세계 경찰 역할은 포기 않을 것

막대한 군사비를 지출하는 미국이 안보 측면에서 이득을 얻는 다른 나라들로부터 대가를 치르도록 하는 방법은 한 가지뿐이다. 미국은 캐나다 수준으로 군비 지출을 줄이고 세계 경찰로서의 역할을 포기하겠다고 위협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그와 같은 길을 선택하지는 않을 것 같고, 두 가지 이유로 신뢰할 만한 위협이 될 수도 없다. 첫째 만약 세계 공동체가 축소되면 미국도 큰 패자가 될 것이다. 둘째는 과거 거대 제국들처럼 미국도 자신의 영광을 위해 힘을 과시하려고 한다. 현실주의 국제정치학자인 한스 모르겐타우가 국가 간 경쟁과 갈등의 주요 원인이라고 생각한 ‘권력의지’다.

정리=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이 글은 프랭크 H 버클리 조지메이슨대 로스쿨 교수가 ‘Make Free Riders Pay? Easier Said Than Done’이라는 제목으로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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