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에 등장한 그림 렌털… '3세대 시장'으로 진화하는 렌털 서비스

입력 2018-09-04 17:27  

영토 확장하는 렌털

생활가전 등 1세대에서
헬스케어·유아용품 거쳐
3세대에선 욜로족 겨냥
패션·애견·취미·예술품 등

홈쇼핑 탄 그림 렌털
국내 1위 오픈갤러리
인기 작가 원본 그림
작품 가격 1~3%에 대여



[ 전설리 기자 ]
지난달 29일 CJ오쇼핑에 색다른 렌털 서비스가 등장했다. 국내 인기 작가의 그림을 빌려주는 그림 렌털 서비스다. 미술계에서 인정받는 작가의 작품을 월 3만9000~25만원에 빌려 집 안에 전시하는 방식이다. 전문 큐레이터의 추천을 받거나 직접 작품을 골라 신청하면 큐레이터와 설치기사가 함께 찾아와 갤러리처럼 설치해준다.

공식 홈쇼핑 방송에 그림 렌털 서비스가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홈쇼핑은 그동안 렌털 시장 성장의 중요한 채널 역할을 했다. 그림 렌털이 홈쇼핑에 등장한 것은 렌털 시장이 3세대 시장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렌털 1세대는 정수기 등 생활가전제품, 2세대는 헬스케어제품 유아동용품이 중심이었고, 3세대는 패션 애견 예술품 등으로 영역이 확장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렌털 성장의 플랫폼 홈쇼핑으로

홈쇼핑 방송을 진행한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은 오픈갤러리다. 직접 사기엔 부담스러운 원화 그림을 작품 가격의 1~3%에 3개월 단위로 빌려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예컨대 약 500만~800만원짜리 100호 그림(약 160㎝×130㎝)을 월 25만원에 대여해준다. 박의규 오픈갤러리 대표는 “미술을 좋아하지만 일상이 바빠 갤러리를 자주 다니지 못하거나 미술품을 소장하고 싶지만 너무 비싸 엄두를 못 냈던 이용자들이 쉽고 간편하게 미술을 즐길 수 있는 서비스”라고 설명했다.

홈쇼핑으로 나온 것은 그림 렌털 시장이 계속 성장할 것이란 확신 때문이다. 그는 “국내에서 원화 그림을 집에 걸어본 사람(침투율)은 0.1%도 안 되지만 소득 수준 증가 등에 따라 미술관을 찾거나 미술책을 읽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며 “침투율이 5~10%만 돼도 엄청난 시장”이라고 말했다. 이 시장을 겨냥해 렌털 시장을 키운 플랫폼인 홈쇼핑 방송을 하기로 했다는 설명이다. 오픈갤러리는 창립 초기 구매로 가는 징검다리로 렌털 서비스를 도입했다. 하지만 공유경제, 구독경제, 렌털 시장 확장 등의 트렌드와 맞물려 렌털 서비스가 주요 매출원으로 자리잡았다.


◆국내 1위 그림 렌털 오픈갤러리

오픈갤러리는 복사본이 아닌, 원화 기준 작품 보유량과 거래량 기준으로 국내 1위인 그림 렌털 업체다. 서울대, 홍익대, 한국예술종합학교, 미국 예일대, 시카고 아트인스티튜트 등 국내외 미술대학을 졸업한 국내 약 700~800명 작가의 작품 2만여 점을 보유하고 있다. 작품 수는 매달 1000점씩 꾸준히 늘고 있다.

작품은 개인 또는 법인 이용자에게 빌려준다. 법인 이용자는 SK 두산 등 대기업부터 금융감독원 등 공공기관, 세브란스병원 등 병원, 카페 등 다양하다. 박 대표는 “개인 대 법인 고객 비중은 80 대 20으로 그림과 인테리어에 관심이 높은 개인 고객이 많다”며 “작품을 석 달 이상 집에 걸어두면 전시장에서와 달리 깊이 있게 감상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했다. 빌린 작품이 마음에 들어 사는 이용자도 있다. 렌털한 뒤 구매하는 이용자 비중은 약 3%다. CJ오쇼핑 관계자는 “국내에서 원화 그림을 빌려주는 렌털 서비스 방송을 한 것은 처음”이라며 “처음치고 실적이 나쁘지 않았고, 목표도 달성해 추가 방송 편성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3세대 렌털 욜로족 겨냥

렌털 1세대의 대표주자는 정수기였다. 생활필수 가전이 주력이었다. 2세대로 넘어오면 안마의자 등 헬스케어제품과 세탁기 등 대형가전 제품, 유모차 등 유아동 제품으로 확대됐다. 3세대는 현재의 행복을 가장 중시하는 ‘욜로족’을 겨냥한 제품이 주를 이룰 것이라는 게 하나금융경영연구소의 전망이다. 그림 등 예술작품, 드론(무인항공기) 등 고가의 취미용품 등이 그것이다.

이전에 이런 시도가 없었던 건 아니다. CJ오쇼핑은 2016년 드론을 시범적으로 방송에 내보냈다. 하지만 당시 방송은 매출을 목표로 한 것이 아니라 이슈를 만들기 위한 방송이었다. 홈쇼핑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홈쇼핑 회사들도 3세대 제품 편성을 확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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