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판정하는 임상심리사 태부족… 전국 256개 보건소에 39명뿐

입력 2018-09-04 17:36  

치매 국가책임 선언 1년

정부 치매 관리 여전히 '구멍'

구인난 시달리는 치매안심센터
인천·광주엔 임상심리사 0명
강원·호남에선 간호사도 못 구해
주·야간 돌봄시설 확충도 부진

예방보다 신약개발 치우쳐
훈련 프로그램 구성 천편일률
환자 지루해하고 효과도 적어
"핑거 도입하면 年6조예산 절감"



[ 임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치매 국가책임제’를 선언한 지 1년 가까이 지났다. 치매 예방, 돌봄, 치료, 환자 가족 지원을 아우르는 국가적 치매 보호 체계를 갖추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인력과 시설 부족, 치료·예방 프로그램 미비 등으로 치매환자 관리에 허점이 여전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세계적으로 치매 치료제 개발이 난항을 겪는 현실을 감안해 미국 일본 스웨덴처럼 치매환자 예방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치매 전문인력·환자 수용 공간 부족

치매안심센터는 정부 치매관리의 중추 역할을 하는 곳이다. 지난해 12월부터 전국 256곳에 설치된 치매안심센터는 치매환자와 가족에게 맞춤형 상담, 검진, 관리, 요양시설 연결 등 통합 지원을 하는 시설이다. 하지만 인력 부족 등으로 아직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지난 6월 말 기준 치매안심센터 직원은 총 2522명이다. 센터당 평균 9.9명이다. 올해 말까지 센터당 평균 25명을 채용하겠다는 정부 목표에 한참 못 미친다.

치매 조기 검진 및 신경심리검사를 전문적으로 하는 임상심리사 구인난은 심각하다. 6월 말 기준 치매안심센터에 근무하는 임상심리사는 39명뿐이다. 센터가 10곳인 인천, 5곳인 광주에는 한 명도 없다. 임상심리사가 없다 보니 간호사가 검사를 대신하거나 인근 병원으로 보내고 있다.


경기 연천군, 인천 강화도 등 일부 지역에서는 간호사도 구하지 못했다. 강원도 전라남북도 등도 사정이 비슷하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임상심리사 등 전문인력 수 자체가 많지 않은 데다 임금을 맞춰주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인근 병의원과 협력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했다.

경증 환자를 오전 9시부터 밤 10시까지 돌보는 ‘치매안심형 주야간보호시설’ 확충도 지지부진하다. 정부는 2022년까지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치매안심형 주야간보호시설을 184곳 세울 계획이다. 그러나 아직 설립된 곳은 없다. 복지부 관계자는 “지자체가 설계, 공사, 운영을 결정하다 보니 설립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있다”며 “이르면 내년 초부터 문을 열 것”이라고 했다.

◆미비한 환자 맞춤형 프로그램

치매안심센터, 노인복지관 등의 인지 강화 프로그램이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도인지장애 환자나 경증 환자의 인지 능력이 나빠지는 것을 지연하기 위해 체조, 노래, 작업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비전문가가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데다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획일적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업계 관계자는 “치매안심센터, 복지관에선 한 시간 단위로 노래 교실, 웃음 교실 등을 운영하다 보니 환자들이 금방 지루해하고 효과도 떨어진다”며 “임상적으로 효과가 검증되지 않아 신뢰도가 떨어진다”고 말했다.

◆“치매 예방으로 무게중심 옮겨야”

전문가들은 정부의 치매 정책이 환자 격리와 신약 개발에 치우쳐 치매 예방 및 관리를 등한시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스웨덴과 핀란드 정부가 운영 중인 치매 예방 프로그램 ‘핑거(FINGER)’를 도입하면 치매 관리 예산을 연간 6조원가량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지향 이대목동병원 정신과 교수는 “핑거 프로그램은 뇌에 베타 아밀로이드가 많이 쌓인 기억 장애 환자에게 치매를 예방하는 효과를 낸다는 것이 유의미하게 입증됐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올 들어서야 정부 지원 아래 ‘슈퍼 브레인’이라는 과학적 치매 예방 프로그램 개발이 시작됐다. 정 교수는 “임상시험을 포함해 개발하는 데 3년 정도 걸릴 것”이라고 했다.

임유 기자 free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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