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사업자 재무관리 쉽네"… '캐시노트'에 10만곳 반했다

입력 2018-09-04 18:07   수정 2018-09-05 10:17

스타트Up 리포트

한국신용데이터가 개발한 재무관리 서비스 인기

한발 앞서간 김동호 대표
카톡 활용한 재무 서비스
"사업자 대부분이 40대 이상
새로운 앱 개발보다 효율적"

IT·카드사서 잇단 '러브콜'
매출관리 서비스뿐 아니라
같은 업종·지역 사업장 묶어
댓글관리 등 심층 분석도



[ 윤희은 기자 ] 두 번째 창업에 나선 서른 살 청년은 지난해 4월 사업자용 재무관리 서비스를 선보이면서 연말까지 가입 사업장 1만 개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처음에는 이 정도로 사업이 커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목표는 서비스 출시 3개월 만에 조기 달성했다. 지속적으로 수요가 몰렸고, 그 여세를 몰아 출시 1년4개월 만에 취급 사업장 10만 개를 돌파했다. 김동호 한국신용데이터 대표(31·사진)가 내놓은 ‘캐시노트’ 서비스는 그렇게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조금만 늦었어도 ‘쪽박’이었다”

김 대표는 한국신용데이터를 비롯해 두 개의 회사를 창업했다. 취업 고민이 한창이던 2010년 우연히 서울 삼성동의 한 카페에서 열리는 창업 스터디에 합류한 김 대표는 “다른 사람들도 하는데 나라고 못 하겠나”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2011년 세운 첫 회사가 리서치분석업체 오픈서베이다.

오픈서베이는 스마트폰 보급이 갓 확산된 시점에서 모바일 리서치시장의 주도권을 잡으며 이 시장 1위 업체로 성장했다. 5년간 회사를 이끌어온 끝에 김 대표는 2016년 1월 리서치 분석에 대한 이해가 더 깊은 황희영 대표에게 자리를 내주고 이사로 물러났다.

당분간 쉴 예정이었지만 휴식기에 들어간 지 3개월 만에 김 대표 머릿속에 또 하나의 사업 아이템이 떠올랐다. “개인을 위한 재무관리 서비스는 수없이 많은데 왜 사업자를 위한 재무관리 서비스는 없을까” 하는 생각에서 착안한 사업이었다. 2016년 4월 지인 3명을 모아 법인을 세웠다. 일선 사업자들에게 신뢰감 있게 다가가기 위해 ‘한국신용데이터’라는 딱딱한 명칭을 썼다.


첫 작품은 비대면 신용평가 방식으로 사업자 대출을 하는 ‘크레딧체크’였다. 당장 사업자 고객들이 원하는 서비스로 어떤 것이 있을지 고민하다가 저축은행 및 개인 간(P2P) 대출업체들과 손잡고 출시했다. 이를 통해 한국신용데이터는 일정 수준의 사업자 고객을 확보할 수 있었다.

크레딧체크를 내놓은 지 얼마 안 돼 김 대표는 ‘국민 메신저’인 카카오톡을 활용한 사업자용 재무관리 서비스를 구상했다. “차라리 자체 앱(응용프로그램)을 만드는 게 낫지 않겠느냐”는 얘기도 들었지만, 김 대표 생각은 달랐다. 사업자 대부분이 40대 이상인 상황에서 새로운 앱을 설치해 재무관리 서비스를 받을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는 이유에서였다.

마침 당시는 카카오톡에서 다른 개발업체들이 자유롭게 카카오톡 기반의 서비스를 출시할 수 있도록 한 ‘지능형 API(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를 내놓았을 때였다. 김 대표는 지체하지 않고 이 API를 기반한 사업자 전용 재무관리 서비스 ‘캐시노트’를 지난해 4월 내놓았다. 김 대표는 “시장에 진입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했다”며 “나중에 후발 업체들이 밀려오는 걸 보면서 조금만 늦었어도 큰일 날 뻔했다는 생각이 들더라”며 웃었다.

◆카카오·카드사와 줄줄이 협업 추진

사업자들이 자동화한 재무관리 서비스를 필요로 할 것이라는 김 대표의 예상은 적중했다. 입소문을 타고 너도나도 캐시노트에 가입했고 출시 3개월 만에 가입한 사업장이 1만 개를 돌파했다. 지난 2월 5만 개를 기록한 데 이어 지난달 말에는 10만 개를 넘어섰다. 캐시노트가 취급하는 전체 사업장의 매출 규모는 누적 기준 27조원에 달한다.

처음에는 입력받은 재무정보를 토대로 정기적인 매출관리 내역을 카카오톡 메시지로 보내주는 정도였다. 하지만 사업장 데이터가 쌓이면서 서비스 영역이 차츰 넓어졌다. 같은 업종이나 지역 사업장끼리 묶어서 업종 및 지역 업황이 어떤지 등을 심층적으로 분석해주는 식이다. 최근에는 ‘리뷰관리’ 기능을 추가했다. 구글·네이버 등에 기록된 리뷰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면서 해당 사업장에 새로운 리뷰가 달리면 카카오톡 메시지로 전해준다.

카드회사도 갖고 있지 않은 사업장 재무 데이터를 다량 확보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대형 기술금융(IT) 기업이나 금융회사들도 한국신용데이터에 눈길을 주기 시작했다. 카카오, KT, 신한카드 등이 이 회사에 70억원이 넘는 투자를 했다. 김 대표는 “사업장 재무 데이터를 기반으로 더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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