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종필 기자 ] “부당하게 당직자를 해고하는 일에 같은 당 국회의원들이 남의 일처럼 침묵한다면 그 당은 대체 누구를 대변하려고 하는 것인가.”
지난 3일 바른미래당 당직자 20명은 사무처로부터 해고 통지를 받았다. 당초 희망퇴직을 신청한 A씨는 날벼락 같은 해고 통보를 받자 당직자들의 대량 해고에 침묵하는 의원들에게 이같이 분통을 터뜨렸다. 바른미래당은 이날 하루 종일 흉흉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정당 사무처 직원은 당 운영을 뒷받침하는 인력이다. 중앙당으로부터 급여와 4대보험을 받으며 고용 관계에 있는 엄연한 정규직 직원이다. 이들이 받는 월급이 곧 가족의 생계 유지와 직결된다는 뜻이다.
당세가 위축되면 경비 절감 차원에서 직원을 내보낼 수밖에 없는 것은 여느 기업과 마찬가지다. 하지만 선거 패배와 당세 악화 책임을 고스란히 당직자에게 돌리는 것은 문제가 있다. 심지어 바른미래당에서는 어떤 기준으로 해고했는지 기준조차 설명하지 않았다고 한다. 당 관계자는 “자구노력을 해보기도 전에 구조조정 카드부터 먼저 꺼낸 것은 기업에서도 하지 않는 비상식적인 절차”라고 성토했다.
바른미래당은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이 합당해 지난 2월 출범한 정당이다. 한 직원은 “지난 1일 국민의당 출신 사무처 직원 20명도 전화로 명예퇴직, 혹은 무급휴직 통보를 받았다”며 “사무총장의 진심이 담긴 송구한 위로가 아니라 총무국 부장의 일방적인 통보였다”고 전했다. 바른정당계 직원들은 합당 전에는 38명이었으나 지난달 17명이 “일방적인 구조조정을 말아 달라”며 희망퇴직을 신청했다.
일방적인 구조조정에 책임 있는 메시지를 내놓을 당사자는 당 지도부다. 손학규 신임 대표가 4일 주재한 기자간담회에서도 이에 관한 질문이 나왔지만 손 대표는 “내용을 사실 잘 모른다”고 비켜 갔다. 막 출범한 새 지도부로선 전임 지도부가 한 일을 모를 수는 있지만 수십 명 직원들의 생계가 걸린 일인데도 책임 있는 메시지를 내놓는 이가 없다는 것은 문제라는 게 공통된 인식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당세가 쪼그라들어도 임기 4년이 보장된 현역 의원들은 해고당할 일이 없어 책임지지 않아도 된다는 뜻 아니겠냐”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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