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는 문화…시설 정보 부족으로 장례 망설여"
"등록제와 함께 사망확인서·장례확인서 말소해야"
"온라인서 상담, 예약, 결제까지 투명하게 제공"
"떠나는 반려동물도 남겨진 반려인도 제대로 위로받고 하루빨리 일상으로 복귀하기 위해선 좋은 이별이 전제돼야 하지 않을까요? 야산에 묻히거나, 쓰레기봉투에 버려지는 대신에 말이지요."
반려동물 장례서비스 플랫폼을 운영하는 권신구 21그램(21gram) 대표(사진)는 "제대로 된 장례식은 남겨진 반려인들을 위한 의례"라며 "가족처럼 여겼던 반려동물이 죽었을 때 사체(死體)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에 대한 걱정 대신 슬픔에만 집중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21그램은 농림축산검역본부의 동물보호관리시스템에 등록돼 있는 전국 27개소(2018년 8월 말 기준)의 합법 반려동물 장례식장의 정보를 제공하고, 모바일 기기를 통해 반려동물 보호자가 언제, 어디서든 상담과 예약, 결제까지 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죽음의 특성상 모든 서비스는 24시간으로 운영된다. 21그램은 '영혼의 무게'라는 뜻으로 인간과 차별 없는 장례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의미다.
권 대표는 "반려동물 생애주기를 보통 15~17년으로 본다면 2000년 이후 본격적으로 확산된 국내 반려문화를 고려했을 때 이제 많은 노령(老齡) 동물들과 이별을 준비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며 "그러나 생(生)·로(老)·병(病)에 대한 국내 반려동물 산업은 급성장하고 있는 반면 죽음에 대처하는 문화는 여전히 형성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동물장묘업이 명시되어 법적인 울타리가 마련되어 있고, 전국에 합법적으로 운영되는 동물장묘시설도 30개 가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반려동물 사체를 불법으로 매립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공공 동물장묘시설에 대해서도 세금 사용에 대한 논란이 나오고, 동물화장시설을 혐오시설로 받아들여 지역 주민들이 반대 운동을 펼치는 상황 속에서 권 대표는 2017년 1월 전국에 있는 합법적인 동물장례식장을 온라인을 통해 손 쉽게 비교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었다.
그는 "사랑하는 반려동물이 죽었을 경우 야산이나 공원에 유기하는 것 외에 어떻게 장례를 치러줘야 할지에 대한 아이디어 자체가 부족하다"며 "제대로 된 장례서비스에 대한 정보를 찾기도 어렵고 불법 장례식장들이 버젓이 운영되는 현실도 올바른 장례 문화가 만들어지기 어려운 이유"라고 했다.
2013년 한국소비원 조사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장례비율은 30%에 그친다. 장례를 치르지 않은 나머지 70% 중 대부분은 불법 매장 방식으로 처리된다. 이 단체의 조사에 의하면 매년 죽음을 맞이하는 반려동물은 약 50만마리에 이르는데, 이 중 30여만마리의 사체가 제대로 된 장례 없이 인근 공원이나 산에 묻히는 셈이다.
또 반려인과 비반려인들의 시각 차이도 정부 주도의 공공 동물장묘시설 건립을 가로막는 이유로 꼽힌다. 일부 반려인들의 에티켓 부족 등을 이유로 사회적으로 반려동물을 하나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이기 위한 제대로 된 문화가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기피시설'로 인식되는 장례시설까지 지역사회에 받아들이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권 대표는 우선 합법적인 동물장묘시설에 대한 정보 접근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유명 인터넷 포털에 '반려동물 장례식장'을 검색하면 불투명한 가격 체계와 제대로 된 시설을 갖추지 못한 화장터를 소개해주는 이른바 '장례 브로커'들이 성행하는 것도 올바른 동물장묘문화가 정착하지 못하는 이유라는 설명이다.
그는 "이들을 따라 장묘시설에 가보면 불필요한 장례비를 추가로 요구하거나 위생적이지 못한 시설 때문에 반려인들을 또 한 번 아프게 한다"며 "신뢰할 수 있는 시설과 브랜드가 많이 생긴다면 반려인들도 장례를 치르는데 망설이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부의 움직임도 있다. 서울시는 동물보호조례 개정을 목표로 태스크포스를 꾸리고 지난해부터 동물복지제도개선을 위한 연속 토론회를 진행하고 있다.
권 대표는 "국내에는 반려동물 등록에 대한 규정은 있지만 사망 시 말소에 대한 규정은 없다"며 "말소할 경우 수의사의 사망확인서나 동물장묘시설의 장례확인서를 첨부하도록 법을 마련한다면 장례문화를 제도적으로 뒷받침 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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