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 대통령'으로 시대를 풍미한 허재(53) 남자농구 대표팀 감독이 '혈연 농구' 논란을 극복하지 못하고 태극마크를 반납했다.
대한민국농구협회는 5일 허 감독이 사의를 표명해 이를 수리했다고 밝혔다. 허 감독이 지난 2016년 6월 대표팀 전임 사령탑으로 선임된 지 2년 3개월 만이다.
허 감독 사퇴의 표면적인 이유는 아시안게임 부진이었지만 무엇보다 '혈연농구' 논란이 더 크게 작용했다는 평가다.
허 감독의 두 아들인 허웅·허훈이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선발되면서부터 불거졌던 부정적인 여론이 대표팀의 아쉬운 성적 이후 증폭된 것이다.
전날 귀국한 허 감독은 공항에서 앞으로 있을 2019 국제농구연맹(FIBA) 월드컵 예선에 대해 언급하며 감독직 유지 의사를 밝혔지만 결국 두 아들이 새 대표팀 명단에서 제외된 데 이어 허 감독마저 물러나게 됐다.
허 감독 삼부자가 처음 나란히 태극마크를 단 것은 허 감독 선임 직후인 2016년 7월이었다.
당시 박찬희의 부상으로 허훈이 대표팀에 합류하면서 기존에 있던 허웅과 더불어 삼부자가 대표팀에서 한솥밥을 먹게 됐다.
당시만 해도 특혜 논란은 크지 않았다. 현역 시절 '농구 대통령'으로 불리던 허 감독은 물론 아버지의 농구 유전자를 물려받은 듯한 두 아들의 실력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돼 있던 상태였다.
그러나 허웅과 허훈이 꾸준히 대표팀에 이름을 올리고 결국 병역 혜택이 걸려 있는 아시안게임 대표팀에까지 나란히 승선하자 잡음이 나왔다.
특히 허훈의 경우 경기력향상위원회의 이견에도 허 감독이 "내가 책임지겠다"며 선발을 강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논란에 침묵한 허 감독이 이를 극복하는 방법은 아시안게임에서 실력으로 보여주는 것이었다. 그러나 아시안게임 2연패에 도전했던 남자농구 대표팀은 준결승에서 이란에 패해 동메달을 목에 거는 데 그쳤다.
특히 허훈과 함께 지난 시즌 프로에 데뷔했으나 대표팀 승선 기회를 놓친 안영준(SK)과 양홍석(kt)이 3대3 농구 대표팀에 뽑혀, 5대5 대표팀보다 좋은 은메달의 성적을 거둔 것도 허 감독을 향한 비난의 강도를 키웠다.
결국 대표팀이 귀국한 직후 농구협회 경기력향상위원회는 아시안게임 결과에 책임을 지고 전원 사퇴했고 새로 구성된 대표팀에서 허웅과 허훈을 모두 제외했다.
경기력향상위원회가 두 선수의 대표팀 선발이 정당하지 않다는 것을 인정한 셈이어서 허 감독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었고, 허 감독은 결국 사퇴를 택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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