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장기기증 '옵트 아웃' 제도 고려할 때

입력 2018-09-05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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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9월9일은 ‘장기기증의 날’이다. 민간에 의해 시작된 생명나눔 운동이 28년 됐고, 국내에서 장기기증 운동이 법제화된 지도 19년 됐다. 뇌사를 인정하지 않던 당시 정부는 장기기증과 장기이식이 생명을 담보로 하는 장기밀매 등 심각한 사회적 병리현상으로 나타나자 1999년 ‘뇌사 등 장기기증에 관한 법률’을 입법 예고하고 질병관리본부에 국립 장기기증센터를 설치했다.

하지만 국내 장기기증 운동은 답보 상태다. 지난해 충북 충주에서 24세 청년이 장기를 기증했는데 사후 처리 과정에서 정부와 관계 병원이 나 몰라라 행정을 펼치며 강 건너 불구경하듯 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장기기증 서약 취소와 함께 후원이 끊어지는 등 후폭풍이 뒤따랐다. 장기기증과 관련해서는 선진 관리체계와 함께 국가적 예산 지원 및 홍보, 전문성 있는 학회와 현장 행정 경험이 있는 관계자와의 유기적 협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지금까지 관련 회의 한 번 하지 않았다.

한국과 인구가 비슷한 스페인은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 설립 후 이식 및 기증과 관련해 1만6000명이 넘는 전문 인력을 교육하고, 지역 코디네이터 사무국은 지역 사회 병원의 중환자실 밖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해 세계적인 장기기증 및 이식국가로 성장했다. 유럽 여러 나라는 자국의 장기기증 활성화를 위해 사전에 거부하지 않으면 사후에 자동으로 장기기증을 하는 ‘옵트 아웃(opt-out)’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스페인은 40년 전에 옵트 아웃 제도를 도입해 인구 대비 세계 최고의 장기기증 국가가 됐고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벨기에, 크로아티아 등도 이 제도를 통해 죽어가는 생명을 살리고 있다.

현재 한국은 본인이 기증 의사를 밝혀도 반드시 ‘가족 동의’를 받아야 하는 ‘옵트 인(opt-in)’ 제도를 따르고 있다. 한국장기기증학회가 최근 여론조사기관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 36.8%가 옵트 아웃 제도를 찬성했고 ‘옵트 아웃 제도가 필요하지만 시기상조’라는 의견은 38.2%, ‘필요 없다’는 13.1%, ‘모르겠다’는 11.9%로 나타났다. 유교적 전통에서 보면 엄청난 인식의 변화다.

우리 국민의 의식 수준은 이미 미국 장기기증네트워크(UNOS)와 유럽 장기이식재단(ETF)을 뛰어넘고 있다. 장기기증 활동을 지원하고 확보된 기증자와 관계 기관 간 소통이 절실하다. 무엇보다 전문적인 교육과 관리체계가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

강치영 < 한국장기기증협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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