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차별화된 사업 다각화
클라우드·AI 등 한발 앞서 투자
모든 기업이 두려워하는 파괴자로
올해 주가 74% 상승…1년간 111%↑
(2) 멀리 내다보는 경영
베저스 "나는 3년뒤 일어날 일을 한다
이익은 배당않고 미래위해 투자"
헬스케어·온라인 광고로 사업 확대
(3) 성공 밑거름 된 실패 경험
스마트폰·전자책 성공 못했지만
하드웨어 생산·판매 경험 등 바탕
음성인식 비서 '에코' 안착시켜
[ 김현석 기자 ] 1994년 제프 베저스가 미국 시애틀에 있는 창고에서 설립한 아마존이 4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장중 시가총액 1조달러를 돌파했다. 시총 1조달러 돌파는 애플에 이어 사상 두 번째다. 아마존 지분 약 16%를 가진 베저스는 세계 1위 부자다. 그의 재산은 1800억달러(약 201조7000억원)에 육박한다. 포브스가 집계한 세계 2위 부자인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의 재산 954억달러, 3위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의 866억달러를 합친 것과 비슷한 규모다.
“시가총액 1위 등극은 시간문제”
아마존은 이날 장중 주당 2050.50달러까지 올라 시총 1조달러를 넘었다. 2039.51달러에 거래가 마감돼 종가 기준 시총은 9947억달러를 기록했다. 주가가 올 들어 74% 상승했으며 지난 1년간 111% 올랐다.
아마존의 주가수익비율(PER)은 올해 예상 실적 대비 90배에 달한다. 애플(17배), 마이크로소프트(25배) 등 다른 기술주에 비해 월등히 높다. 지난 2분기 애플은 126억달러의 이익을 냈지만, 아마존은 분기 사상 최대였음에도 25억달러 수준이었다. 하지만 월스트리트에서는 조만간 아마존이 시총에서 애플을 제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아마존은 손대는 사업마다 성공하는 ‘사업 다각화’ 능력을 보여줬다. 진 먼스터 루프벤처스 애널리스트는 “투자자들에게 아마존 방식은 다른 모든 분야에서도 통용된다는 확신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아마존은 온라인 서점에서 시작해 상품을 수천만 개로 확대했으며 오프라인 유통(홀푸드마켓)까지 뛰어들었다. 최근 무인 슈퍼마켓인 ‘아마존 고’ 등으로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 클라우드 사업을 시작한 뒤에는 이를 활용해 콘텐츠(엔터테인먼트)와 인공지능(AI) 분야 등으로 범위를 넓혔다. 반면 애플은 스마트폰 시장 성숙으로 매출이 급증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뉴욕타임스는 월스트리트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어느 기업이 먼저 시가총액 2조달러에 도달할 것인가’란 질문에 대다수가 아마존을 지목했다고 최근 보도했다.
베저스의 장기 로드맵
아마존 신화 뒤에는 베저스의 독특한 경영법이 자리잡고 있다. 베저스는 이날 포브스와의 인터뷰에서 ‘차별화된 아이디어’와 ‘장기적 사고’, ‘실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기존 기업에선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면 직속 상사뿐만 아니라 상사의 상사까지 설득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아이디어 대부분이 사장된다”며 “그래서 작고 민첩한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 거대 기업을 넘어설 수 있다”고 말했다.
베저스는 또 아이디어를 선별하는 방법에 독창성이 있어야 하며, 규모의 경제가 가능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사업을 충분한 규모로 키울 수 있는 아이디어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또 충분한 수익률, 즉 높은 투자수익률(ROI)을 낼 수 있는 아이디어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베저스는 아마존은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며 ‘실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스마트폰 파이어폰과 전자책 킨들 등은 아마존이 실패를 통해 배운 사례로 꼽힌다. 베저스는 “(파이어폰 등) 수많은 하드웨어 생산과 판매 경험이 AI 음성인식 비서인 ‘에코’ 시스템을 안착시키는 데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베저스는 “나는 대부분 2, 3년 뒤 일어날 일을 한다”며 자신이 하는 일 대부분이 장기 로드맵을 그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마존은 배당을 하지 않고 번 돈을 미래를 위해 몽땅 투자하고 있다.
“세상에 AI가 개선 못할 영역 없다”
아마존은 최근 헬스케어와 온라인 광고, 엔터테인먼트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올해 광고수입은 작년의 두 배가 넘는 80억달러를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1억 명이 넘는 프라임 회원과 그들의 소비행태 데이터, 이를 분석하는 AI 기술을 갖췄다. 기존 온라인 광고 시장의 맹주인 페이스북과 구글이 긴장하는 이유다.
아마존은 올해 콘텐츠 투자에만 50억달러를 쏟아붓는다. 넷플릭스(80억달러)에 이은 2위다. 헬스케어산업에선 금융사 JP모간체이스, 투자회사 벅셔해서웨이와 손잡고 건강관리회사를 세웠다. 베저스는 “민간 사업이든 정부 서비스든 AI가 개선하지 못할 영역은 없다”고 말했다.
아마존의 성장성을 위협하는 가장 큰 요인은 정부 규제다. 아마존에 시장을 잠식당한 기존 기업들과 전통 유통매장들이 실직자를 쏟아낼 것이고 그들이 정치인을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아마존에 대한 정치권 및 일반 여론이 좋지만은 않다고 지적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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