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예능 강국' 美·日시장에 파고드는 K포맷

입력 2018-09-05 18:45  

미국판 '복면가왕'·일본판 '굿닥터' 수출 화제

미국판 '복면가왕'
'더 마스크트 싱어'란 제목으로
내년 1월에 폭스TV서 방영
美 제작자 "문화장벽 없어 인기"

일본판 '굿닥터'
지난달부터 후지TV서 방영
야마자키·우에노 등 스타 출연
첫 회 10%대 높은 시청률 기록



[ 김희경 기자 ]
2016년 8월 국내 예능 ‘꽃보다 할배’를 리메이크한 ‘베터 레이트 댄 네버(Better Late than never)’가 미국 NBC에서 방영됐다. 국내 예능 포맷(프로그램의 제작 골격)을 적용한 프로그램이 미국 지상파에 나온 것은 처음이었다. 당시엔 일회성에 그칠 것이고, 미국 시장에 정착하기엔 시기상조란 얘기가 많았다. 2년밖에 흐르지 않은 지금,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졌다. 미국판 ‘꽃보다 할배’는 시즌 1의 인기에 힘입어 지난 1~2월 시즌 2를 방영했다. 지난해 한국 드라마 최초로 미국 지상파 ABC채널에서 방영된 미국판 ‘굿닥터’도 시즌 1에 이어 시즌 2를 만들고 있다. 내년 1월엔 미국판 ‘복면가왕’인 ‘더 마스크트 싱어(The Masked Singer)’가 미국 폭스 TV에서 방영된다.

국내 예능, 드라마의 기획 콘셉트와 구성, 제작 방식 등을 묶은 ‘K포맷’이 미국 일본 등 콘텐츠 강국에서 뿌리내릴 조짐이다. 중국, 동남아시아에 수출되는 정도에서 이젠 미국, 일본 등에 잇따라 판매되며 화제에 화제를 낳고 있다. 5일 아시아 최대 규모의 방송마켓 ‘BCWW(Broadcast Worldwide) 2018’(9월4~7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 참가한 미국판 ‘복면가왕’ 제작자 크레이그 플레스티스 스마트독 대표는 “한국 포맷은 다른 나라 포맷을 따라한 파생작 수준에 그치지 않고 신선하고 독특하다”며 “K팝, 음식 등 전체적인 한국 문화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지금이 K포맷 수출의 적기”라고 말했다.

◆“다양한 세대 즐길 수 있어 매력”

2010년 101만달러에 불과하던 K포맷 수출액은 2016년 5000만달러를 넘어섰다. 2017년엔 6000만달러에 달한 것으로 추산된다. 2015년 8개국이던 K포맷 수출지역도 15여 개국으로 늘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BCWW 및 연계 행사엔 플레스티스 대표뿐만 아니라 일본판 ‘굿닥터’ 제작자인 구보타 사토시 후지TV 드라마 PD 등 3000여 명에 달하는 국내외 포맷 제작자가 참여했다.

K포맷의 또 다른 매력으로 플레스티스 대표는 ‘가족 친화적’인 요소를 꼽았다. “복면가왕을 보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가족 친화적인 면이 있습니다. 다양한 세대가 즐길 수 있어야 큰 규모의 쇼가 나오는데 대부분 타깃층이 좁아서 어려워요. 하지만 복면가왕은 8세부터 80세까지 즐길 수 있어 규모가 훨씬 커질 수 있었습니다.”

이 덕분에 미국판 복면가왕은 무대 규모, 의상 등 여러 면에서 한국판보다 더 화려해졌다. 그는 “에미상 수상자부터 명예의 전당에 오른 사람까지 혀를 내두를 정도의 거물급 인사들이 무대에 오른다”고 소개했다.

◆한국 각본 수준도 ‘탁월’ 평가

일본에서도 K포맷이 한류 열풍을 다시 지피고 있다. 드라마 ‘굿닥터’는 미국뿐만 아니라 일본에서도 지난달부터 후지TV에서 방영되고 있다. 이 작품은 첫 회부터 10%대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목요일 밤 10시대의 후지TV 드라마가 첫 회 두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한 것은 2년 만이다. 야마자키 겐토, 우에노 쥬리 등 유명 배우들도 출연하고 있다. 구보타 PD는 앞서 ‘미생’ ‘시그널’도 리메이크했다. 그는 “드라마는 곧 각본이라고 생각하는데 한국 각본은 수준이 높다”며 “문화적 차이가 있어도 미국 등에 비해선 적어 리메이크하기 좋다”고 설명했다. 또 “시즌 1이 끝난 뒤 시즌 2를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과 일본은 콘텐츠 강국이다 보니 한번 포맷을 수출하면 다른 나라의 제작사들로 연쇄적으로 수출할 수 있는 가능성도 높다. 플레스티스는 “미국 등에서 전 세계적으로 콘텐츠가 공유되면 한국의 포맷산업 규모가 더욱 커질 것”이라며 “미국 시장에서 보고 배운 것을 한국 콘텐츠에 다시 접목해 업그레이드하는 기회로도 작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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