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대형 투자은행(IB)들의 갈지자 행보가 가상화폐(암호화폐) 시장을 흔들고 있다.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시장의 미래를 보고 투자하는 한편으로 오락가락 입장 변화로 시장 불확실성을 키운다는 지적이다.
5일(현지시간) 골드만삭스가 암호화폐 거래 데스크를 철수하겠다는 소식에 암호화폐 시장이 폭락했다. 하루새 전체 암호화폐 시가 총액이 2389억달러에서 2050억달러까지 339억달러(약 39조원) 증발했다.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에 따르면 이날 830만원대를 유지했던 비트코인 시세는 골드만삭스 쇼크에 12% 이상 급락, 6일 현재 740만대를 기록 중이다.
거대 IB들의 입장 번복에 암호화폐 시장이 출렁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골드만삭스는 작년 12월 암호화폐 거래 데스크를 개설할 계획을 공개함과 동시에 시장에 대해선 비관적인 리포트를 내보내 논란이 일었다. 올 3월에는 비트코인의 새로운 연저점이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가 4월이 되자 암호화폐 전문가 저스틴 슈미트를 고용했다. 지난달 암호화폐 위탁관리 서비스를 계획한다고 발표했고,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아 돌연 암호화폐 거래 데스크 계획을 포기한다고 수차례 반대 시그널(신호)을 보냈다.
JP모건체이스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도 입장이 계속 바뀌었다. 지난해 9월 투자자 간담회에서 “비트코인은 사기다. 회사 계좌로 비트코인을 거래하는 직원은 해고하겠다”던 그는 올 초에는 해당 발언을 후회한다고 했다. 지난달 하버드 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는 “블록체인은 진짜다”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글로벌 거대 은행들의 변덕에 암호화폐 시장은 크게 요동쳤다. 시장 규모 자체가 작기 때문이다. 전 세계 암호화폐 시가총액 229조원은 거대 은행들 시각에서는 주요 상장사 한 곳 수준에도 못 미치는 아주 작은 시장에 불과하다.
게다가 암호화폐 시장은 아직 실사용 수요보다 기대에 의해 움직이는 시장이다. 단순한 계획 취소나 옹호 발언에도 출렁이는 이유다. 이 같은 특성 탓에 대규모 자금을 가진 세력이 시장을 쥐락펴락하기 좋은 환경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골드만삭스의 이번 계획 철회는 표면적으로는 규제 환경의 불확실성 때문이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골드만삭스는 거래 데스크 취소와 무관하게 이미 암호화폐 스타트업 서클을 통해 암호화폐 투자를 해오고 있지 않느냐. 입장 번복이 이해되지 않는다”면서 의구심을 거두지 못했다.
실제로 골드만삭스가 투자한 서클은 글로벌 대형 암호화폐 거래소 폴로닉스를 갖고 있으며 디지털 버전 달러화이자 암호화폐인 ‘서클 USD 코인’ 발행 계획을 발표했다.
일각에선 “대형 IB들의 계속되는 오락가락 행보는 ‘작전’의 일환 아니냐”는 지적마저 나온다. 이번 폭락 직전인 4일 오전 11시부터 5일 오전 11시까지 하루 동안 수백억원 단위의 대규모 암호화폐 이체가 발생한 게 심증이 될 수 있다.
암호화폐 분석 사이트인 토큰인사이트 분석에 따르면 비트파이넥스 거래소 지갑으로 비트코인 1만2809개(약 918억원)가 이체됐으며 후오비 거래소 지갑으로도 8708개(약 624억원)가 이체되는 등 대규모 자산 이동 정황이 포착됐다.
김산하 한경닷컴 객원기자 san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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