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AI가 이끄는 4차 산업혁명 시대… '데이터 경제'로 산업구조 바꿔야

입력 2018-09-06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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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활용 막는 개인정보보호법
공공의 민간 클라우드 이용 규제
두 가지 족쇄 먼저 풀어야 '빅뱅'

문용식 < 한국정보화진흥원 원장 >



디지털 혁신은 무엇으로 이뤄지는가. 4차 산업혁명은 인공지능(AI)이 중심이 되는 똑똑한 세상이다. AI는 데이터를 먹고 자란다. 세계 각국이 앞다퉈 AI 퍼스트, 데이터 퍼스트, 클라우드 퍼스트를 외치는 이유다. 정부도 지난 8월31일 데이터 경제 활성화 전략을 발표했다.

데이터가 제품과 서비스의 경쟁력이다. 주요 선진국은 이미 데이터를 공유·유통하고 공동 활용해 경제적 효과를 창출하는 데이터 경제로 산업구조를 바꾸고 있다. 전통 제조, 금융 기업을 밀어내고 글로벌 시가총액 상위 10위 기업에 오른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은 모두 데이터 서비스 기업이다. 세계 데이터 시장 규모는 2020년 2100억달러로 연 11.9% 성장할 전망이다. 국내 데이터 시장도 2020년 7조8000억원으로 연 7.6% 성장할 전망이다. 데이터 시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첫째로 고가치, 고수요 데이터를 구축하고 개방해야 한다. 한국은 2회 연속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공공데이터 개방지수 1위를 달성했다. 하지만 현장 요구에 맞는 양질의 데이터는 여전히 부족하다. 정부에서는 데이터 개방 수요가 있는 공공기관 보유의 공공데이터를 전수조사하고, 품질 개선으로 국제표준을 준수해 신뢰성 있는 데이터를 민간에 개방할 예정이다. 정부가 양질의 데이터를 얻고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면 청년 창업자와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은 데이터 기반 신규 비즈니스를 창출해낼 것이다.

둘째, 데이터의 자유로운 거래·유통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국내 기업의 빅데이터 이용률은 7.5%에 불과하다. 데이터 유통도 개별 기업 중심으로 제한적이다. 거래제도 역시 미비하다. 이래서는 데이터의 산업적 활용에 한계가 있다. 공공과 민간의 빅데이터센터를 적극 육성해 데이터를 개방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은 보유한 데이터를 개방하고 공유하려는 기업과 기관을 빅데이터센터로 선정할 예정이다. 데이터를 융합해 활용할 수 있는 빅데이터 플랫폼도 구축할 계획이다.

셋째, 데이터 활용 성공 사례를 만들고 이용을 활성화해야 한다. 데이터를 이용하면 삶이 더 안전하고 효율화된다. 교통사고 위험 지역을 예측할 수 있고, 최적화된 심야버스 노선에 따라 안전하게 귀가할 수 있다. 미세먼지 발생을 미리 확인해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도 있다. 무궁한 가능성이 있는 빅데이터를 활용해 국민 삶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서비스가 나오도록 투자를 확대하고 지원해야 한다.

데이터 경제를 키우려면 두 가지 규제를 개선해야 한다. 개인정보보호법과 공공부문의 민간 클라우드 이용 규제다. 유럽은 최근 개인정보의 보호와 권리를 강화하는 법령(GDPR)을 제정했다. 개인정보 보호 책임자를 의무 지정하는 등 기업의 책임을 강화했을 뿐만 아니라 정보 주체로서 개인이 정보이동권을 주장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권리가 추가됐다. 한국 개인정보보호법은 데이터의 활용을 가로막을 뿐만 아니라 제대로 된 보호조차 미흡하다. 실질적인 개인정보가 보호되도록 결합 활용의 제도적 절차를 엄격히 하고 가명정보 활용 근거를 명확히 해야 한다.

민간 클라우드 활용 문제는 행정안전부 가이드라인 개정이 시급하다. 이에 따르면 정부 산하 공공기관의 비공개 정보는 제외하고, 정보 중요도에서 ‘하’에 해당하는 정보만 민간 클라우드 이용이 가능해 공공데이터의 1% 정도만 이용할 수 있는 수준이다. 민간에서 클라우드라는 고속도로를 건설해놨는데, 정부는 가장 빠른 1, 2차로를 막아놓고 갓길로만 다니라고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문재인 대통령의 데이터 경제 선언은 이를 완전히 개정하겠다는 것이다. 중앙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은 비밀정보를 제외한 모든 정보를 민간 클라우드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확대하겠다는 의미다. 이는 클라우드 이용에서 네거티브 규제 원칙을 확실히 세우겠다는 것을 천명한 것이나 다름없다. 민간 소프트웨어산업의 빅뱅이 예상된다.

산업화 시대에는 자동차 고속도로가 성장 기반이었다. 경부고속도로는 제조업 강국과 수출 대국이 됐다. 정보화 시대 김대중 대통령은 초고속 인터넷망으로 정보고속도로를 깔았다. 그 결과 세계적인 정보통신기술(ICT) 선진국이 됐다. 이제 지능정보 시대다. 데이터가 새로운 전기이자, 원유다. 더 똑똑한 세상의 주인공이 되려면 데이터가 원활히 흐르는 데이터 고속도로를 뚫어야 한다. ‘컴퓨터를 가장 잘 다루는 나라’에서 ‘데이터를 가장 잘 다루는 나라’로 나가야 한다. 데이터에 우리의 미래가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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