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기사 한 건 읽는 데만 30분… NYT는 왜 인기일까

입력 2018-09-06 18:06  

뉴스 동서남북

홍병기 지음 / 아마존의나비 / 488쪽│1만8000원



[ 김희경 기자 ] “기자들이 취재하고 보도한 것의 99%는 세상에서 실제로 일어난 일의 1%에 불과하다.”

미국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이자 컬럼비아대 저널리즘스쿨 교수인 새뮤얼 프리드먼이 한 말이다. 수많은 사건 중 상대적으로 ‘보도할 만한 가치가 있느냐’ 여부에 따라 뉴스로서 가치가 결정된다는 얘기다. 여기엔 사건 자체에 내재된 속성보다 뉴스 생산 과정에서 작용하는 문화적 배경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특히 일선 언론인, 크게는 언론사 경영주까지 포함한 뉴스 제작자들의 인식이 크게 영향을 미친다.

《뉴스 동서남북》은 뉴스를 둘러싼 사회와 환경을 다루는 ‘뉴스의 사회학’ 관점으로 한국 언론계와 뉴스 가치를 재조명한다. 고려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저자는 한 일간지에서 선임기자로 일하고 있다.

본격 도래한 디지털 시대는 뉴스에 관한 기존 패러다임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모든 사람이 뉴스 소비자인 동시에 생산자인 시대다. 뉴스란 껍데기를 뒤집어쓴 거짓 정보가 생산되고 뉴스를 둘러싼 왜곡 논란도 종종 벌어진다. 저자는 “이즈음에 ‘뉴스란 무엇인가’를 다시 생각해야 한다”며 “뉴스를 만들어온 우리 언론과 언론인들의 발자취를 돌아보고 미래를 전망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며,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라고 강조한다.

규범적 가치의 측면에서 봤을 때 한국 언론은 진실성에 큰 비중을 둬 왔다. 저자는 “권력과의 갈등이 빈번했던 언론계에서 진실 추구가 언론인들의 인식을 지배해 온 중요한 규범적 가치였다”고 설명했다. 실용적 가치의 측면에선 사회적 중요성, 새로움, 수용자, 흥미 중에서 주로 사회적 중요성과 흥미에 집중했다. 그는 “국내 언론계에선 뉴스를 선택할 때 현장성과 시의성에 주목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이런 뉴스의 가치들을 실현하고 한국 언론계 전반의 수준을 높이는 데는 언론인들의 노력이 빛났다. 특히 해방 이후 걸출한 문객들이 좋은 글들을 써왔다. 저자는 한국 최초의 현대적 현장 탐사 기사를 쓴 고(故) 김동성 씨, 휴머니즘을 담은 고 선우휘 씨, 국제문제 등에서 깊이 있는 시각을 보여준 김영희 씨 등 언론인 16명의 삶과 정신을 소개한다.

정보가 쏟아지는 디지털 시대에도 이런 정신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며, 의미와 해석을 제공하는 뉴스는 여전히 대중의 관심을 받을 것이란 게 저자의 생각이다. 영어권 독자들도 한 꼭지 읽는 데 30분 이상 걸리는 뉴욕타임스의 해설기사가 아직도 인기를 끌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영국 BBC는 ‘뉴스의 미래’ 보고서에서 “어려운 주제를 일반 독자에게 알기 쉽게 설명해 주는 저널리즘은 향후 10년 동안 변함없이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저자는 말한다. “뉴스는 이제 정보를 선택하는 기준이자 해석의 틀을 제공하는 지적 장치로 가동되고 있다. 아무리 로봇 알고리즘이 우수하다고 해도 사람의 손맛으로 직접 선별하고 가공한 정보에 견줄 수는 없지 않은가.”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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