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튀르크 제국'

입력 2018-09-07 18:45   수정 2018-09-10 14:01

고두현 논설위원


[ 고두현 기자 ] 진시황이 만리장성까지 쌓아 방비했던 북방민족, 실크로드 교역의 주역, 근세 문명을 이끈 셀주크와 오스만튀르크의 주인공, 지중해를 넘어 유럽 전체를 차지하려 했던 대제국의 후예…. 이들을 아우르는 단어 튀르크(Turk)는 ‘강한, 힘센’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현재 튀르크인이 주로 사는 곳은 터키와 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키르기스스탄·투르크메니스탄·타지키스탄 등 ‘스탄(땅) 5형제’와 아제르바이잔(하야스탄), 중국의 신장 위구르 지역이다. 이들은 언어뿐만 아니라 이슬람 수니파라는 종교적 공통점까지 지녔다. 한때 광활한 영토를 자랑했던 돌궐(突厥)도 튀르크의 음을 딴 한자어다.

튀르크인은 기원전 2000년 전부터 아시아 초원 지대에서 번성했다. 처음에는 알타이 산맥을 중심으로 유목과 수렵으로 생계를 꾸렸다. 그러다 서아시아와 유럽, 아프리카 등에 16개 제국과 100개 이상의 소국가를 건설할 정도로 강성했다. 오스만 제국 시절인 1453년 비잔틴 제국의 콘스탄티노플을 점령하며 세계 교역의 중심지가 됐다. 1차 세계대전 뒤에는 터키 공화국이 튀르크계 국가들의 맏형 역할을 하고 있다.

인구와 경제·군사력에서 앞선 터키는 옛 영화를 재현하기 위해 ‘튀르크계 국가 연대’를 주도하고 있다. 1991년 소련 붕괴 후 독립한 ‘스탄 형제’들과 제일 먼저 외교 관계를 맺고, 2009년 튀르크계 언어 사용 국가 협력위원회를 창설했다. 비즈니스협의회와 의회협의회, 문화재단도 잇따라 설립했다. 터키가 개발한 튀르크 알파벳을 전파하고 매년 터키어 올림피아드까지 열고 있다.

며칠 전에는 터키 대통령이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과 만나 ‘튀르크어 사용국 협력위원회’라는 이름의 정상회의를 개최했다. 객원 멤버로 참여한 헝가리 총리도 “헝가리인의 뿌리에는 튀르크계인 훈족이 있다”며 동참 의사를 밝혔다. 이 정도면 ‘튀르크 핏줄’을 매개로 한 ‘제국의 부활’이 꿈만은 아닌 듯하다.

이들의 중점 사업에는 서유럽과 한국을 연결하는 중앙아시아 횡단철도 프로젝트가 포함돼 있다. 6·25전쟁 때 피를 나눈 ‘형제의 나라’ 터키를 비롯해 21세기 튀르크 협의체와 경제·문화 교류를 넓힐 기회로 삼을 만하다. 우리나라와 튀르크 사이에는 위구르 출신 귀화인 덕수 장씨와 경주 설씨, 임천 이씨의 인연까지 연결돼 있다.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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