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물괴' 이혜리가 밝힌 #첫영화 #첫사극 #첫액션

입력 2018-09-08 08:35  

영화 '물괴' 윤명 역 이혜리





무대 위 섹시함도, 천방지축 덕선이도 없었다. '물괴'로 첫 영화, 첫 사극, 첫 액션에 도전한 이혜리는 밝고 에너지 넘치는 자신의 매력을 마음껏 발산했다.

'물괴'는 조선 중종실록에 기록된 기이한 괴물을 모티브로 한 크리처 영화다. 이혜리는 수색꾼 대장 윤겸(김명민 분)의 외동딸이자 수색대 홍일점으로 활약한다. 남자보다 더 활을 잘 쏘고, 용맹할 뿐 아니라 귀여움까지 갖춘 매력 만점 캐릭터다. 2012년 SBS '맛있는 인생'으로 연기에 첫 도전장을 낸 후 2015년 tvN '응답하라1988'로 연기자 이혜리로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아이돌 출신 연기자다 보니 더욱 평가가 가혹할 때도 있지만, "그만큼 사랑을 받고 있는게 아니냐"며 "대중들이 그렇다면 그게 맞는 것"이라고 환하게 웃던 이혜리였다. 그야마로 긍정 '뿜뿜'했던 이혜리와의 인터뷰였다.


▶ 첫 영화를 어떻게 봤나?

굉장히 떨렸다. 그리고 아쉬웠다. 영화를 보기 전부터 몸이 덜덜 떨릴 정도로 떨었다. 너무 긴장됐다. 제가 그렇게 떠는 것을 보고 최우식 오빠는 '너 그러면 너 밖에 못 본다'고 했는데, 정말 그렇더라. 작게 걸리는 거라도 제가 나오는 장면엔 저만 보였다. 1시간 45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끝나고 나니 얼마나 어깨를 움츠리고 봤는지 목이랑 어깨가 아프더라.(웃음)

▶ 첫 사극이기도 하다.

전통 사극 톤이 아니라 그나마 편했다. 아버지로 나오셨던 김명민 선배가 많이 도와줬다. 사실 제가 사극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 사극을 하고 싶지만, 제가 하기까지 시간이 좀 더 걸릴 줄 알았는데, 시나리오를 받고, 여자 캐릭터가 여자지만 진취적이고 매력적이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 김명민이란 배우에게 '아빠'라고 하는 게 어색하진 않았나.

선배님은 어색할 수 있는데, 저희 아버지와 나이 차이가 별로 안난다.(웃음) 그래서 전 부담이 없었다.

▶첫 액션연기인데 몸을 굉장히 잘 쓰는 것 같더라. 달리기도 잘하고, 활을 쏘는 폼도 멋졌다.

극중 명이가 입는 옷도 치마를 바지처럼 바느질해서 만들었다. 치마였다면 불편했을 수도 있는데 굉장히 편했다. 몸 쓰는데 두려움은 없었다. 달릴 때도 땅과 하나가 된다는 생각으로 달렸다. 액션에 대한 로망도 있어서 제대로 하고 싶었다. 그래서 액션스쿨에서도 시키지 않아도 뛰어 올라가고 그랬다. 여러 팁도 전수 받아 자신감 있게 할 수 있었다.

활 쏘는 것에 재미를 붙여서 영화가 끝나고도 양궁장에 다니고 있다. 양궁도 쏘고, 국궁도 쏠 줄 아니까 더 멋있지 않나.(웃음)

▶ 그래도 혼자 너무 고생하는 것 같더라. 물괴 진액도 혼자 뒤집어쓰는데.

저희가 촬영할 땐 물괴가 있다고 상상하고 찍는다. 물괴가 아니라 대포처럼 쏘는 장치에서 토사물 같은 게 나오는데 정말 물대포를 맞는 기분이라 무서웠다. 테스트를 거치고, 인체에 무해한 걸 알고 촬영을 해서 두려움은 적어 졌지만 그 끈적한 걸 맞으니 기분은 안 좋았다. 그 표정은 진심이었다.

▶ 첫 영화, 첫 사극, 첫 액션인데, 그분(류준열)의 조언은 없었나.

*이혜리는 지난해 8월 '응답하라 1988'에 함께 출연했던 류준열과 공개 연애를 선언했다.

어...갑자기 무슨 말을 해야 할지(웃음)...어...그분보다는 함께 촬영했던 선배님들, 감독님과 대화를 많이 했다. 김명민 선배와 촬영 전 만나는 시간이 많았다. 감독님과도 따로 만나서 대화를 많이 했다. 저희 식구들이랑 더 많은 얘길 한 것 같다.

▶ 극 중에서 최우식과 풋풋한 로맨스도 나온다.

명이는 산에서 쫓아다니고, 아빠와 삼촌만 알다가 처음으로 멀끔하게 생긴 한양 남자를 본 거다. '우와 내 나이대 남자다. 얼굴이 어쩜 저렇게 뽀얗지?' 이런 느낌으로 연기했다. 몽글몽글한 풋사랑을 표현하고 싶었다.

▶ 최우식과 호흡은 어땠나.

선배들도 편했지만 또래랑 같이 하는 편안함이 있다. 작은 부분도 툭툭 물어볼 수 있었다. 많은 도움을 받았다.

▶예뻐 보이는 것도 포기한 것 같았다.

예뻐야 하는 자리가 있고, 예쁘면 안 되는 자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화장도 제가 직접 했는데, 촬영장에선 이것만큼도 안 했다. 오히려 똥색 로션을 주면 그걸 듬뿍 바르고 카메라 앞에 섰다. 전 사실 영화를 보고 '생각보다 괜찮네. 좀 더 할 걸 그랬나?' 이렇게 생각했다.(웃음) 안 예뻤다니 다행이다. 윤겸과 명이가 사는 집은 딱 봐도 잘 씻지도 못할 거 같고, 깨끗하지 못할 거 같지 않나. 거기서 깨끗하게 씻고, 차려입는 게 제가 봐도 이상할 거 같았다.

▶ 그렇게 노력했지만 어쩔 수 없이 '사극하는 덕선이', '액션하는 덕선이' 이런 식으로 '응답하라1988'과 비교가 되는 것 같다.

워낙 잘 된 작품이고, 저를 알린 작품이라서, 저 스스로의 과제가 된 거 같다. 대중들은 분명 그렇게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제가 하는 일은 대중을 위한 일이다. 대중이 맞다면 맞고, 아닌 거면 아닌 거다. 제가 아무리 열심히 했고, 잘했다고 생각해도 '이상해'라고 하시면 이상한 거다. 그래서 전 댓글도 많이 본다. 상처도 많이 받고, 많이 울기도 하지만 다음날엔 바도 잘 먹고, 잘 인정해서 잘 헤쳐나간다.

▶ '물괴'로는 어떤 평가를 받고 싶나.

'혜리가 몸도 잘 쓰는구나' '사극도 할 수 있구나' '내가 우려했네' 이런 걱정을 없애 드리고 싶다. 그리고 앞으로도 도전하는 배우로 기억되고 싶다. '물괴'라는 작품도 도전하는 마음이 없었다면 선택하지 않았을 거다. '할 수 있는 걸 해야지'라고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어떻게든 깨부수고 싶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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