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적 사업망 확충
버드·라임 선두주자로 질주
교통량 줄이는 장점 있지만
스쿠터 방치·안전 문제 등 논란
규제 받지만 시장 안착
샌프란시스코 허가제로 변경
스킵·스쿠트에 운행 허가
로스앤젤레스도 안전 규정 제정
대기업도 적극적 투자
우버·리프트 등 '신사업' 지목
자전거 공유업체 잇따라 인수
구글 모기업도 3억弗 베팅
[ 송형석 기자 ]
전기 스쿠터는 미국 대도시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교통수단이다. 외관은 어린이들이 즐겨 타는 퀵보드와 비슷하며 모터가 달려 있다. 손으로 들고 다닐 수 있을 만큼 가벼우면서 속도도 빨라 1~3㎞의 짧은 거리를 이동하는 데 알맞다. 이 시장은 전기 스쿠터 공유업체들이 주도하고 있다. 선두 업체인 버드(Bird)와 라임(Lime)이다. 이 두 회사는 벤처캐피털(VC)로부터 각각 4억달러(약 4500억원) 이상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샌프란시스코의 승자는 스킵과 스쿠트
전기 스쿠터 업체들은 최근까지 미국 전역에서 공격적으로 사업망을 넓혀 왔다. 스마트폰 앱(응용프로그램)으로 비용을 지급하고 가까운 곳에 있는 스쿠터를 빌려가도록 했다. 앱 기반 차량 공유사업을 명시적으로 금지하지 않은 법의 허점을 파고든 전략이었다. 라임은 미국 25개 주뿐만 아니라 독일 베를린과 프랑스 파리 등 유럽에까지 진출했다.
하지만 부작용이 상당했다. 이용자들이 전기 스쿠터를 인도에 아무렇게나 방치하면서 보행자들이 불편을 겪었다. 헬멧을 착용하지 않은 이용자의 안전 문제도 논란이 됐다. 샌프란시스코 등 일부 도시가 자유롭게 허용하던 전기 스쿠터 대여 사업을 허가제로 바꿨다. 자동차 교통량을 줄이는 등의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제도권으로 들어와 통제를 받을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샌프란시스코 교통당국은 지난달 30일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스킵(Skip)과 스쿠트(Scoot)에 운행 허가를 내줬다. 버드와 라임보다 규모가 작지만 착실하게 시 당국의 지침을 준수해온 점이 높은 평가를 이끌어냈다. 이번 업체 선정 과정에서 스킵은 보행자의 불만을 해결하기 위한 기술들을 제시했다. 스쿠트는 운행 전 이용자들이 안내 비디오를 필수적으로 시청하도록 하게 했다. 이 두 회사는 9월부터 6개월 동안 각각 최대 625대의 전기 스쿠터를 운영하게 된다.
버드와 라임의 본거지로 꼽히는 로스앤젤레스 시의회도 최근 가동할 수 있는 전기 스쿠터를 업체별로 최대 3000대로 제한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시범 프로그램 운영안을 승인했다. 운영업체들이 저소득층에게 전기 스쿠터를 기부하면 공급 물량을 늘릴 수 있다. 하루 최소 3명의 이용자가 시 조례안을 준수한 것이 입증되면 5000대를 추가로 운영하는 것을 허용하는 방침도 담겨 있다.
전기 스쿠터 안전 규정도 마련했다. 최대 운행 속도는 시속 15마일(약 시속 24㎞)로 정했다. 전동 스쿠터와 보행자가 함께 인도를 공유한다는 점을 감안, 인도에 안전표시판을 설치했다. 민원 업무는 전기 스쿠터 업체들에 맡겼다. 24시간 핫라인을 운영하면서 무단 주차 및 과속 등 불법 운행과 관련한 시민들의 신고를 2시간 이내에 처리해야 한다.
작년 9월 미국에서 처음으로 전기 스쿠터 공유 서비스가 시작된 지역인 캘리포니아주 샌타모니카도 이달 중순부터 버드, 라임 등이 시범 운영에 나선다. 버드와 라임은 각각 750대를 운영할 예정이다.
○우버 등 대기업도 공격적으로 투자
미국 최대 차량 공유 업체인 우버는 전기 스쿠터와 전기 자전거 사업에 관심이 많다. 자동차에서 시작된 이동 수단 공유서비스가 점차 스쿠터 자전거 등으로 넓어질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다라 코스로샤히 우버 최고경영자(CEO)는 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출퇴근 시간에 한 사람을 태운 자동차가 10블록 정도의 짧은 거리를 이동하는 것은 굉장히 비효율적인 일”이라며 “전기 스쿠터나 전기 자전거의 쓰임새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우버는 올 들어 빠른 행보를 보였다. 2월엔 우버 앱을 통해 전기 스쿠터와 자전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했다. 뉴욕을 기반으로 한 전기 자전거 공유 스타트업인 점프 바이크(Jump Bikes)를 인수했다. 전기 바이크 업체 라임에도 지분을 투자했다. 업계에선 우버가 자체적으로 스쿠터를 제작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우버의 경쟁사인 리프트의 전략도 비슷하다. 리프트는 지난 7월 미국 최대 자전거 공유 서비스 앱 시티바이크를 운영 중인 모티베이트의 핵심 사업부문을 인수했다. 인수된 사업 부서는 ‘리프트 바이크’로 이름이 바뀌며 뉴욕, 시카고 등 6개 대도시와 모티베이트 간의 기존 계약을 승계한다.
구글과 자율주행차 웨이모의 모기업인 알파벳 그룹도 최근 전기 스쿠터 공유 스타트업 라임에 3억달러를 투자하는 등 미래 운송 수단에 대한 공격적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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