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 "베드타운 전락, 용납 못해"
서울 "미래세대 위한 최후 보루"
"주민 반대 심하면 10~20년 걸려
시장 안정에도 별 도움 안될 것"
[ 선한결 기자 ]
수도권 근교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풀어 주택을 공급하는 방안을 놓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정부와 여당 등은 그린벨트 해제를 원하는 반면 서울시와 경기 과천시 등 택지개발 후보 지역군에 들어간 지방자치단체는 반대 의견을 내놔서다. 일대 주민과 민간단체 등은 그린벨트 해제 반대 민원 운동에 돌입했다. 정부와 지자체·주민 사이 의견차가 뚜렷해 당분간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과천시 “그린벨트 더는 양보 못 해”
10일 경기 과천시는 정부의 수도권 주택 공급 확대 방침에 공개 반발하고 나섰다. 김종천 과천시장은 이날 과천시청과 수원 경기도의회에서 잇달아 기자회견을 열고 “과천이 신규 주택 공급 대상지로 확정되면 성장동력을 잃고 서울시의 베드타운으로 전락할 것”이라며 “(정부는) 서울 지역의 집값 폭등 문제를 과천시의 희생으로 결코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과천은 최근 사전 유출된 정부의 수도권 공공택지 신규 개발 후보지 중 하나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이던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LH(한국토지주택공사)로부터 제출받아 5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과천시 과천동 일원 115만㎡ 택지를 개발해 7100가구를 공급하는 계획을 검토 중이다.
반면 과천시는 남은 그린벨트 지역을 공공주택 개발에 쓸 수 없다는 입장이다. 과천시는 2011년부터 지식정보타운과 주암동 등의 그린벨트를 해제했다. 일대엔 1만4000여 가구를 조성할 예정이다. 이 중 68%에 해당하는 9600여 가구가 행복주택과 임대주택으로 지어진다. 김 시장은 “과천시에 남은 개발 가용지는 4차산업 관련 부지, 친환경 주거단지, 문화복지 시설로 쓰기 위해 계획돼 있다”며 “광역 교통계획 없이 공공주택만을 짓는다면 자족 기능이 훼손되고 극심한 교통난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유휴 부지 개발이 우선”
서울시도 그린벨트 해제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날 “주택 공급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그린벨트는 미래 세대를 위한 최후의 보루라는 기존 입장에 전혀 변화가 없다”며 “일단 유휴지를 개발해 주택을 공급하고, 부족할 경우 다른 대안을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역 북부역세권 부지(5만5535㎡)처럼 도심 일대 유휴지를 발굴·개발해 일자리와 주택 수요를 먼저 해결하겠다는 얘기다.
서울시내 그린벨트는 25개 자치구 중 19개 구에 149.13㎢ 규모로 지정돼 있다. 이 중 공공주택 공급을 위한 그린벨트 해제 후보지로는 강남구 세곡동과 서초구 내곡동, 양재동 우면산 일대, 송파구 방이동 등이 거론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집값 안정에 도움이 될 만큼 대규모로 주택 공급을 하려면 그린벨트 해제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국토부 자체 검토 결과 서울시 도심 유휴지 중엔 대규모 주택 공급이 가능한 곳이 사실상 없다”고 지적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계속 평행선을 달리면 마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린벨트 면적이 30만㎡ 이상일 경우 중앙정부가 직접 해제할 수 있지만, 그보다 작은 규모는 서울시장이 안건을 상정해야 그린벨트를 풀 수 있어서다.
◆민간도 반대 움직임
개발 후보 지역 일대 주민과 민간단체 등도 반대 움직임에 가세하고 있다. 과천시 주민 일부는 그린벨트 해제 관련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지난 9일 과천중앙공원에서 반대 집회를 열었다. 그린벨트 해제 후보지로 거론된 의왕에서도 주민들이 해제 반대 단체민원 운동을 벌이고 있다. 환경정의와 녹색연합 등 환경단체로 구성된 한국환경회의는 이날 광화문에서 그린벨트 해제 추진을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그린벨트 해제가 부동산시장 안정을 가져왔다는 논거는 희박하다”고 주장했다.
정책 실효성 논란도 그치지 않고 있다. 그린벨트 지역은 대부분 수도권 외곽인 데다 실제 주택 단지가 조성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지적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그린벨트를 풀자마자 바로 보상·수용 절차에 돌입한다고 해도 보상에만 2~3년이 걸린다”며 “주민 반대 움직임이 심하면 아파트 준공까지 10~20년이 걸릴 수도 있어 현재 시장 안정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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