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호 국제부 기자) 미국 고용 상황이 역대 최고로 좋다는 뉴스를 많이 보셨을 겁니다. 미국의 8월 실업률은 3.9%였는데요. 거의 2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입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완전 고용’ 상태로 평가하는 수준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연일 미국 경제가 잘나가고 있다며 자랑할 만도 합니다.
산업 부문별로 어느 업종에서 일자리가 많이 늘어났는지 살펴봤습니다. 미국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지난해 1월부터 올해 6월까지 일자리 증가율이 가장 높은 분야는 음식료서비스업입니다. 이 분야 고용이 5.6% 늘었습니다. 그 다음으로는 헬스케어(5.1%) 금융(3.9%) 제조업(2.7%) 유통(1.5%) 정부(1.1%) 순입니다.
미국 전체 고용에서 음식료서비스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높아지는 추세입니다. 2000년대 초반 6%대였던 것이 꾸준히 높아져 지금은 8%가 넘습니다. 음식료서비스업 일자리가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미국인들이 예전에 비해 집에서 음식을 해 먹는 빈도가 줄어들고, 대신 외식을 점점 많이 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미국인들의 소비지출 통계를 보면 패스트푸드점과 식당, 주점 등에서 쓰는 돈이 식료품점에서 쓰는 돈보다 많습니다. 집에서 음식을 해 먹기 위한 식재료를 구입하는 데보다 외식에 쓰는 돈이 많다는 얘기죠. 예전엔 식료품점에서 지출하는 금액이 더 컸는데 2015년부터 외식에 더 많은 돈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외식이 늘어난 것은 여성의 경제활동이 증가한 것과 관련이 있었습니다. 맞벌이 부부가 늘면서 집에서 요리를 할 시간이 부족해졌기 때문이죠.
요즘엔 세대 간 문화적 차이도 외식이 증가한 배경으로 꼽힙니다. 미 노동통계국의 2016년 조사에 따르면 15~24세 미국인이 음식 준비와 설거지 등에 쓰는 시간은 하루 평균 11~17분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이들은 외식이나 배달 음식을 많이 먹고, 요리를 배우려고 하지도 않는다는군요.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미국 패스트푸드 업계에선 26만8000개, 레스토랑 업계에선 22만5000개, 카페와 쿠키·아이스크림 전문점 등에선 7만3000개 일자리가 늘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외식을 즐기는 미국인들에게 고마워해야 할 것 같습니다. (끝) / us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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