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정부질문 등 평양회담 뒤로"
한국당 '국회 보이콧' 거론 압박
민주당 "합의한 일정대로 해야"
17개 상임위 중 9곳은
법안소위 회의 한 번도 안 열어
복지위는 196개 법안 통과 '눈길'
[ 김우섭/하헌형 기자 ]
올해 정기국회가 문을 연 지 열흘이 지났지만 여야가 판문점 선언 비준 동의와 규제 개혁 입법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해 ‘공회전’하고 있다. 지난달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막힌 기업구조조정촉진법과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 통과를 당부한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 등 주요 쟁점 법안은 아직 소위 일정도 잡지 못한 상황이다. 여기에 자유한국당이 대정부 질문과 인사청문회를 다음달 초로 미루지 않으면 국회 일정을 전면 보이콧하겠다고 밝히면서 개혁 입법 처리가 난기류에 휩싸이는 분위기다.
◆야 “청문회 연기 안하면 국회 보이콧”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13일부터 예정된 국회 대정부 질문과 인사청문회 일정을 3차 남북한 정상회담(18~20일) 이후로 미루자고 더불어민주당에 12일 요구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여당이 이를 받지 않으면 의사 일정 전면 보이콧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수용 불가 입장을 냈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정부의 인사청문 요청 후 국회는 15일 이내에 마무리해야 한다”며 “당초 12일이 유력했던 장관 인사청문회를 19~20일로 미루자고 한 것도 야당”이라고 지적했다.
김 원내대표가 “정기국회 일정에 가려 (남북 정상회담의) 민족사적 대의가 빛을 발하지 못해서도, 민족사적 대의에 가려 정기국회가 흐지부지 사라져서도 안 된다”고 말한 것에 대해서도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홍 원내대표는 “판문점 선언 비준 동의도 안 해주는 야당이 ‘민족사적 대의’를 위해 국회 일정을 바꾸자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지난 11일 판문점 선언 비준 동의안을 놓고 충돌한 데 이어 국회 일정 보이콧 주장까지 나오면서 민생·경제 관련 법안 처리가 지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자동차 부품 업계를 중심으로 재도입 요구가 빗발치는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이 대표적이다. 이 법안은 지난달 힘들게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했지만 법사위원회에서 발목이 잡혔다. 법사위는 정기국회에서 해당 법안을 재논의한다는 계획이지만 법안을 다루는 소위 일정도 못 잡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 역시 여야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처리가 늦어지고 있다. 이날도 여야 정무위 간사들이 모여 협상에 나섰지만 최종 결론을 내진 못했다. 규제개혁 법안인 서비스산업발전 기본법과 규제프리존법을 다루는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와 기획재정위원회 역시 법안 심사를 위한 소위 일정이 나오지 않았다.
◆196개 법안 처리한 복지위 ‘눈에 띄네’
정기국회 개원 후 소위조차 열지 못한 상임위도 적지 않다. 17개 상임위 중 이날까지 법안심사 소위를 연 상임위는 정무·문화체육관광·외교통일·행정안전·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보건복지·환경노동·여성가족위원회 등 8개에 불과하다. 나머지 9개 상임위는 아직 법안도 들여다보지 않았다는 얘기다. 이날 법안심사 소위를 열기 전 전체회의를 연 국토교통위원회는 20분 만에 파행했다.
다만 ‘개점 휴업’ 상태인 타 상임위와 달리 보건복지위원회는 유일하게 법안심사에 속도를 내 눈길을 끌었다. 복지위는 지난 3일부터 6일까지 법안심사 소위를 열어 225개 법안을 심사하고 196개 법안을 통과시켰다. 오전 9시부터 법안 심사를 시작해 하루 8시간 이상 강행군하고 있다. 원격의료 도입 등 의료법 개정안 등 쟁점 법안은 뒤로 밀어놓고 당장 필요한 민생경제 관련 법안을 중심으로 심사한 전략이 주효했다. 사무장병원 근절 법안(의료법 개정안)과 의료용 대마를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법안(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 등이 통과됐다.
법안심사소위 위원장인 기동민 민주당 의원은 “복지위에 계류된 1070개의 법안 가운데 절반 정도를 연말까지 심사할 계획”이라며 “의원들과 자주 소통하면서 정쟁보다는 일하는 상임위를 만들자는 데 뜻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김우섭/하헌형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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