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한의사 갈등의 골만 키운 '2030년 면허통합안'

입력 2018-09-12 18:01  

의사協, 돌연 "협상 결렬"
한의사協도 독자행보 선언
정부 계획 원점으로 돌아가



[ 이지현 기자 ]
2030년까지 의사-한의사의 면허를 통합하려던 정부 계획이 원점으로 돌아갔다. 협의체에서 함께 논의하던 의사협회가 “통합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한의사들을 비난하자 한의사협회는 “(의사들이 반대하는) 의료기기, 천연물신약 사용 운동을 독자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맞섰다. 협의체가 깨지면서 두 단체 간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최혁용 대한한의사협회장은 12일 기자회견을 열고 “의사협회, 한의사협회, 정부가 3년간 논의해 온 협의체가 의사협회의 일방적인 폐기 선언으로 종료됐다”며 “(협의체에서 논의해 온)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을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앞으로 국회에서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만성질환 관리제, 치매국가책임제 등에 한의사가 참여하는 방안을 마련해달라”며 한의사들이 쓰는 진단기기, 라이넥 미슬토 비타민 아미노산 등 주사제 약침 시술도 건강보험 항목에 포함되도록 정부에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은 지난 10일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의 기자회견을 반박하는 자리였다. 최대집 회장은 당시 한의사협회와의 협상 결렬을 선언하며 “한의과대학을 폐지하고 모든 의학교육을 하나로 통일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한의학 살리기에 급급한 보건복지부 한의약정책관을 즉시 폐지하라”며 “건강보험에서 한의약을 분리해 국민이 선택 가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자리에서 “한의원 진료 후 응급상황이 생긴 환자는 치료하지 않겠다”고 발언해 생명을 지켜야 할 의사가 환자거부 선언을 했다는 비판도 받았다.

갈등의 중심에 선 의사와 한의사 면허통합 논의는 2015년부터 시작됐다. 의료기기 사용을 허용해달라는 한의사들의 요구에 의사, 한의사, 복지부가 모인 협의체가 마련됐다. 당시 의사협회는 “협의체를 통해 의료기기 사용 문제 대신 면허 일원화 방안을 논의하자”고 요구했다. 이를 통해 양측은 2030년까지 의사와 한의사 교육과정과 면허를 통합한다는 내용의 협의문까지 작성했다.

올해 최대집 회장과 최혁용 회장이 각각 새로 취임한 뒤에도 몇 차례 실무 회의가 열려 잠정 합의안까지 만들어졌다. 그러나 의사협회가 돌연 협상 결렬을 선언했고 한의사협회도 독자적으로 입법 활동을 하겠다고 나서면서 그동안 논의된 안건은 모두 원점으로 돌아가게 됐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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