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고가주택 보유자를 '투기꾼' 낙인 찍는 정책은 안 된다

입력 2018-09-13 17:47  

정부가 강력한 대출 억제와 다주택자 종합부동산세 중과(重課) 등을 담은 ‘주택시장 안정대책’을 내놨다. 부동산 규제지역(투기지역, 투기과열지구, 조정대상지역) 내 주택 보유자의 신규 담보대출 원칙적 금지, 종부세 세율 인상, 임대사업자 대출 규제 등이 주요 내용이다. 전년 대비 최고 150%로 제한되던 보유세(재산세+종부세) 부담 상한도 300%로 대폭 올렸다.

이번 대책에서 특히 주목되는 것은 다주택·고가주택 보유자를 겨냥하던 규제가 1주택자는 물론 무주택자로까지 확대됐다는 것이다. 앞으로 부동산 규제지역에서 1주택자는 이사 등의 사유를 제외하곤 신규 담보대출을 받지 못하게 됐다. 무주택자도 실거주가 아니면 공시가격 9억원 이상 주택 구입 때 담보대출을 받을 수 없다. 거래 급감으로 인해 집을 처분하지 못하는 선의의 피해자가 양산될 가능성도 있다. “다주택자를 투기꾼으로 보고 규제를 강화해 온 정부가 급기야 실수요자 상징인 1주택자와 잠재적 수요자까지 ‘투기꾼’으로 모는 것이 아니냐”는 시장의 우려가 나온다.

예고되긴 했지만 종부세 과세 강화도 부동산 시장에 미칠 충격이 다른 정책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클 전망이다. 종부세율 인상에다 재산세 과표의 기준인 공시가 인상은 집 가진 사람들의 세금부담 폭증을 의미한다. 공시가는 건강보험료 등 각종 부담금 산정 기준도 된다. 집 가진 사람 모두가 지대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집 한 채 이외에는 별다른 수입이 없는 고령층은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이다. 과다한 세금부담은 조세 저항뿐만 아니라 전세보증금 급등이라는, 세입자로의 부담 전가를 초래할 수 있다.

서울 집값 폭등은 정부의 규제 일변도 정책이 부른 반작용이다. 정책 실패를 다른 극단적 정책으로 대응하는 것이 어떤 부작용을 부를지 가늠하기 어렵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조만간 금리가 오르면 1주택자까지 확대된 대출 규제, 보유세 인상 등이 한꺼번에 악재로 작용해 ‘거래 절벽’이 일어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집값 잡기가 아무리 시급하고 절실하다고 해도 메가톤급 대출 규제와 ‘세금폭탄’을 동시에 쏟아내면 부작용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집값을 잡으려다 자칫 부동산 시장을 잡는 잘못을 범해선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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