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 활성화·기술 특성·국민 여론 반영한 듯
화웨이 '가성비' vs 삼성전자 '신뢰성' 경쟁 고조
SK텔레콤이 14일 5G 장비 공급 우선 협상대상자로 삼성전자, 에릭슨, 노키아를 선정했다. 이통 3사 가운데 처음이다.
관심이 높았던 중국 '화웨이'는 우선협상대상자에서 제외됐다. 5G망은 4G LTE망과 혼용모드(NSA·None Stand-Alone) 표준으로 구현되는데, SK텔레콤이 구축한 4G LTE망은 삼성전자(서울·수도권), 노키아 및 에릭슨(기타 지역) 장비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SK텔레콤 입장에서는 화웨이 장비를 도입할 경우 기존 LTE 장비까지 모두 교체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SK텔레콤은 다각도 검토를 거친 결과라는 입장이다. 5G 생태계 활성화에 필요한 역량은 물론, 투자 비용 등 재무적 요소까지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중국 화웨이 장비에 대한 국민들의 부정적인 반응도 영향을 미쳤을 거라는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 화웨이 장비 제외된 배경은
SK텔레콤이 화웨이를 배제한 이유는 간단하다. 4G LTE와 함께 쓰는 5G 기술특성을 반영했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은 5G 주파수 중 3.5GHz~5G 혼용모드(NSA·None Stand-Alone) 규격을 사용한다. 5G 종속모드란 기존 4G LTE에 5G 기술을 융합해 최상의 성능을 발휘하는 것을 말한다.
이 때문에 5G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기존 4G LTE망이 필수적이다. SK텔레콤 입장에서는 서울과 수도권에서는 LTE 장비공급 업체인 삼성전자를, 기타 지역에서는 노키아와 에릭슨을 사용하는 게 유리하다. 같은 논리로 서울과 수도권에서 화웨이 LTE를 사용하는 LG유플러스는 화웨이 5G 장비를 채택할 가능성이 높다.
화웨이 장비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이통사들이 화웨이 5G 장비를 사용할 수 있다는 소식에 이를 반대하는 의견이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오르기도 했다. 반대 이유는 '보안이 걱정된다'는 것이다.
◇ 화웨이 완전 배제 아냐
화웨이 5G 장비는 삼성전자 보다 가성비가 높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화웨이는 지난 2월 세계 최초의 5G 통신칩 '발롱 5G01'을 공개하면서 세계 IT 업계를 놀라게 했다. KT 역시 SK텔레콤과 같은 이유로 화웨이를 배제할 가능성이 높다. KT도 수도권에서 삼성전자 LTE 장비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율자동차, 스마트시티 등을 위한 대용량 5G 주파수 28GHz에서는 이통3사 모두 화웨이를 배제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통신장비에선 화웨이가 삼성전자를 한 발 앞서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IHS마켓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통신장비 시장 점유율은 화웨이 28%, 에릭슨 27%, 노키아 23%, 중국 ZTE 13%, 삼성전자는 3%였다.
이통3사는 빠르면 이달부터 5G 망 구축을 시작한다. 서울과 수도권을 시작으로 내년 3월에는 스마트폰 5G 서비스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이동성이 보장된 5G 서비스는 국내 이통사들이 세계 최고 수준을 확보하고 있다.
정치적 이슈를 제외하면 이통3사가 화웨이 장비를 결정하는 건 부자연스러운 일은 아니다. LTE 시장만 봐도 화웨이의 점유율이 훨씬 높다. 전 세계 LTE 통신사 288개(45%)가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는 11개에 불과하다.
업계 전문가는 "국내 이통사가 확보한 5G 주파수 대역은 3.5GHz와 28GHz로 내년부터 투자가 시작될 28GHz에서는 화웨이가 선전할 가능성도 있다"며 "가성비를 앞세운 화웨이와 신뢰성을 앞세운 삼성전자의 경쟁이 더욱 고조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윤진우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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