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개업소 '개점휴업'
"집값 더 오를거라 생각
집주인들 버티기 들어가
간간이 증여·절세 문의뿐"
"전·월세 낀 매물 서너개 나와
갭투자자 이익실현 나선 듯"
[ 양길성/민경진 기자 ]
“‘거래절벽’은 불 보듯 뻔합니다. 당분간 문 닫고 전화로 영업해야 하나 고민입니다.”
14일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반포동 M공인중개사무소는 낮 시간에도 한산했다. 주변 상가에 들어선 중개업소 20여 곳도 한두 곳을 제외하고 손님이 없었다. 간혹 걸려온 전화 대부분은 대출·세금 상담이었다. 이틀간 사겠다는 사람도, 팔겠다는 사람도 없었다고 중개업소들은 전했다. M공인 관계자는 “대책 발표 후에도 매물이 안 나오는 게 특징”이라며 “뜨겁던 매수세가 잠잠해지면서 1주일에 한두 건 이뤄지던 거래도 당분간 끊길 것 같다”고 말했다.
◆잠잠해진 강남권
정부의 ‘9·13 주택시장 안정대책’ 발표 이후 서울 인기 주거지역 부동산 시장은 몸을 잔뜩 낮추는 분위기다. 매수자와 매도자 모두 “시장 상황을 더 지켜보겠다”며 관망세로 돌아섰다. 이날 만난 중개업자 대부분은 거래절벽을 크게 우려했다. 보유세 인상 등 고강도 대책이 나왔지만 높은 양도소득세 탓에 시장에 나올 매물이 적다는 이유에서다.
고가 아파트가 밀집한 강남권 중개업소에는 한산한 분위기 속에서도 간간이 문의전화가 하나둘 걸려왔다. 대부분 보유세 인상 등 세금 관련 문의였다. 압구정동 J공인 관계자는 “지난 13일 대책 발표 이후 총 4명이 중개업소를 찾았는데 모두 집주인이었다”며 “전부 종합부동산세 인상과 관련해 증여나 절세에 대해 물었다”고 말했다.
일선 공인중개사는 대부분 당장 시장에 나올 매물이 적을 것으로 예상했다. 양도세 세율이 최고 62%에 달하는 데다 집값이 더 오를 것이란 기대가 커서다. 서울 개포동 K공인 관계자는 “보유세가 지금보다 얼마나 늘어날지 묻는 전화만 올 뿐 집을 내놓겠다는 집주인은 아직 없다”며 “늘어나는 세금이 두려워도 다주택자들이 쉽게 집을 내놓으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압구정 현대아파트에서 만난 김모씨(61)는 “종부세 인상을 우려해 집을 팔까 고민했지만 자녀들이 극구 말렸다”며 “갓 결혼한 자녀에게 증여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임대사업자 등록에 관한 상담도 잦았다. 기존 보유한 주택을 장기임대사업자(8년)로 등록하면 양도세 중과 배제, 종부세 비과세 등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어서다. 압구정동 K공인 관계자는 “압구정 현대아파트 집주인 한 명은 13일 오후 대책이 나오자마자 임대사업자 등록을 했다”며 “양도세를 낼 바엔 8년 이상 주택을 묵혀두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다만 일부 지역에선 호가를 하향 조정한 매물도 나왔다. 대치동 E공인 관계자는 “은마아파트 전용 76㎡ 매물 하나가 이번주 호가를 2000만원 정도 낮춰 18억3000만원에 나왔다”며 “재건축이 하세월이다 보니 집값이 급등한 시점에 처분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북도 “일단 지켜보자”
올해 아파트값 상승세가 뜨거웠던 서울 마포구 일대에서도 ‘이번 대책이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종부세 영향을 받는 지역 대부분이 강남권인 데다 마포구 일대 신규 공급이 많지 않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마포 래미안 푸르지오’ 내 G공인 관계자는 “전용 84㎡ 매물을 15억원에 내놓은 소유주가 대책 발표 이후 호가를 1억원 더 올렸다”며 “집주인들은 이미 큰 폭의 상승을 경험했기 때문에 정부 정책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고 관망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7월부터 뒤늦게 갭 좁히기에 나섰던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등 강북권 집주인들도 시장 추이를 관망하는 모습이다. 성북구 길음뉴타운 인근 G공인 관계자는 “이미 예상한 대책이어서 여전히 매도자 우위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도봉구 창동 T공인 관계자는 “매물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실수요자 중심으로 매수 문의가 네다섯 통 왔지만 아직 매물이 귀하다”고 말했다.
다만 일부 지역에선 전·월세를 낀 매물이 하나둘 나오고 있다. 미아동 D공인 관계자는 “이번주 초만 해도 SK북한산시티 전용 59㎡ 매물은 찾아보기 힘들었는데 대책 발표 뒤 매물이 서너 개 나왔다”며 “갭투자자들이 이익 실현을 위해 매물로 내놨다”고 말했다.
양길성/민경진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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