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두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선 출마 발언을 했다가 번복한 제이미 다이먼 JP모간 회장을 “소질도 없는 얼간이”라고 비꼬았다. 다이먼이 “트럼프보다 내가 더 터프하고 스마트하기 때문에 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고 말한 데 대한 조롱이었다. 잠재적 대선 후보인 기업경영자와 기업인 출신 대통령의 설전은 순식간에 소셜미디어 등으로 전파됐다.
월가에서는 ‘부동산 재벌’ 트럼프와 ‘금융 황제’ 다이먼의 독특한 캐릭터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두 사람 모두 줏대가 강한 ‘카리스마형’이고 저돌적인 성격이다. 토론 중에 발끈하며 상대에게 면박을 주는 ‘공격형’으로 주변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입바른 소리도 곧잘 한다.
트럼프 스타일은 잘 알려진 대로 독단적이고 파격적이며 예측불허형이다. 복잡한 것을 싫어하고 단순한 구호로 지지층을 결집한다. 말 많은 정치인들에게 ‘분노’하는 대중을 간명한 메시지로 ‘환호’하게 하는 재주도 가졌다. 좌충우돌하는 ‘밀당 협상’으로 원하는 것을 반드시 얻어내는 실리추구형이다.
다이먼 스타일은 ‘투명·세밀·엄격’으로 요약된다. 《금융위기 최후의 승자》를 쓴 패트리셔 크리사풀리는 “리스크를 확인하고, 불필요한 비용을 감축하며, 최고 경쟁력을 지향하는 리더”라고 그를 평했다. 이는 2008년 금융위기가 발생하기 6개월 전에 투자자들에게 수익률 악화를 미리 알리고 위험 관리에 집중함으로써 JP모간을 시가총액 1위 투자은행(3830억달러)으로 키운 비결이기도 하다.
다이먼은 1주일에 100회 이상의 스트레스 테스트를 통해 예측 가능한 위험을 세밀하게 파악하는 방식으로 최고의 금융제국을 일궜다. 다른 은행들이 고위험 상품에 손대다 몰락할 때 엄격한 투자 지침으로 회사를 살렸다. 13년째 JP모간을 이끌며 ‘월가 대변인’ 역할을 해온 그는 “차기 대선을 이끌 친기업인이 없다”며 자신의 꿈을 에둘러 표현하기도 했다.
아직은 회의적인 반응이 많다. 기업인 출신 미국 대통령은 1929년 대공황을 맞은 허버트 후버와 지금의 트럼프뿐이다. 2012년 버락 오바마에게 참패한 밋 롬니, 2016년 경선에서 탈락한 칼리 피오리나 등 실패 사례가 많다. 하지만 트럼프의 보호무역 등 자국우선주의를 앞장서 비판해 온 다이먼의 앞날이 어떨지는 알 수 없다. 그가 주요 결정을 내릴 때마다 참고한다는 주머니 속의 ‘다이먼 메모’에 어떤 꿈이 적혀 있을지 궁금하다.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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