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최태원·구광모 등 경제인 17명 방북
재판 중인 이재용 부회장 첫 방북
임종석 "재판은 재판, 일은 일이다"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 訪美
김용환 부회장이 대신 가기로
최태원 회장 2007년 이어 두 번째
구광모 회장, 총수로 첫 외부행보
[ 손성태/장창민/김보형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 남북한 정상회담에 4대 그룹 대표 등을 포함해 17명의 경제인을 합류시킨 것은 비핵화 이후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을 실현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평가된다. 또 유엔 대북제재 해제가 전제돼야 하지만 북에 남측의 경제협력 의사를 재확인시켜줌으로써 미·북 간 교착상태에 빠진 비핵화 협상의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포석도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특별방문단 3분의 1이 경제인
청와대는 3차 평양 남북한 정상회담 일정이 확정된 뒤에도 4대 그룹 총수를 포함해 기업인을 합류시키는 문제를 놓고 고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을 실현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지가 강한 데다 미·북 간 비핵화 협상에도 지렛대가 될 것으로 판단, 기업인을 동행시키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는 것이 청와대 관계자의 전언이다.
특별방문단 52명 중 경제계 인사는 총 17명이다. 3분의 1을 기업 대표와 경제단체장 등 경제계 인사로 채우면서 향후 남북 경협을 대비한 의제가 큰 비중으로 논의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4대 그룹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 등 총수와 김용환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동행한다.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 총수로는 사상 처음으로 방북길에 오른다. 앞서 2000년과 2007년 정상회담 때는 윤종용 당시 삼성전자 부회장이 평양에 갔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재판 중인 이재용 부회장을 포함시켜도 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재판은 재판, 일은 일이다”라고 대답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수석부회장은 윌버 로스 상무장관 등 미국 정부 및 의회 고위인사들과 잡아놓은 일정 때문에 방북길에 오르지 못했다. 미국 정부의 자동차 관세 부과 추진 등 통상현안이 다급한 상황에서 사전 일정을 취소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은 정부에 이런 사정을 설명했고 양해를 얻은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취임 20주년을 맞은 최태원 회장은 4대 그룹 총수 중 유일하게 두 번째 남북 정상회담에 동행한다. 최 회장은 2007년 윤종용 부회장,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등과 함께 방북길에 올랐다. 당시 ‘막내’였던 최 회장은 노무현 대통령과 정몽구 회장 등의 사진을 디지털카메라로 직접 찍어주는 모습이 보도돼 화제를 모았다. 올해 불혹으로 4대 그룹 총수 중 가장 젊은 구광모 회장은 이번 방북길이 ‘경제외교무대’ 데뷔전이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LG그룹은 2000년과 2007년 정상회담 때 모두 구본무 회장이 평양을 찾았다.
◆남북경협 재개 계기 될까
주요 그룹 총수들이 정상회담에 동행하면서 경제협력과 관련해 어떤 사업 구상이 나올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경제계는 그러나 그룹 총수들이 방북하더라도 현실적으로 당장 구체적인 대북 투자 문제를 논의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국제사회 제재로 대북 투자는 사실상 막혀 있고, 남북 간 합의가 있더라도 미·북 관계가 개선되지 않으면 어렵기 때문이다. 한 경제단체 임원은 “북한이 유엔의 제재를 받고 있는데 국내 대기업이 북한에서 가시적인 사업 협약이나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다만 그동안 대북사업을 주도해온 현대그룹과 자원·소재 사업에 관심이 많은 포스코 등은 이번 방북에 기대를 나타내고 있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남북 경제협력이 정체 상태에 빠진 철강업에 돌파구를 열어주고 충전식 2차전지(배터리) 소재사업 원료 확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고 있다.
특별방문단에는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 등 경제단체장도 포함됐다. 이들 기업인은 북한의 이용남 경제담당 내각부총리와 별도 면담이 잡힌 것으로 알려졌다.
손성태/장창민/김보형 기자 mrhan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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