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재혁 기자 ]
“세 번의 공성전(성을 점령하기 위해 공격하는 싸움) 액션이 콘셉트별로 다르게 나와 다행입니다. 내부와 외부 시사에서 호평이 나왔어요. 그렇다고 반드시 흥행과 직결되지는 않는 만큼 앞으로 열심히 홍보 활동을 해야겠지요.”
추석을 겨냥해 오는 19일 개봉하는 영화 ‘안시성’(감독 김광식)에서 성주(城主) 양만춘 역을 해낸 조인성(38·사진)의 소감이다. 220억원을 들여 당 태종의 대군에 맞서 고구려의 안시성을 지켜낸 역사를 옮긴 이 작품은 시사회 후 인물들 간의 드라마가 잘 구현된 데다 각기 다른 무기와 전술이 등장하는 공성전 액션이 눈을 뗄 수 없게 해 찬사를 받고 있다. 당군이 초대형 탑을 이용하거나 토성을 쌓아 공격해오면 양만춘 군대는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맞선다.
“20㎏에 달하는 갑옷 무게 때문에 허리가 많이 아팠어요. 진통제까지 먹어야 했습니다. 다음에는 좀 쉬운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하하.”
조인성은 두 번이나 출연 제안을 거절했다고 한다. 자신이 양만춘 역에 어울릴까 우려했고 전투 신도 너무 많아 감당하기 어려울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감독이 거듭 요청하면서 마음을 바꿨다.
그가 분한 양만춘은 무게감 있고 카리스마로 진중을 장악하는 전형적인 장군이 아니라 가족과 부하, 성민(城民)들과 기쁨과 슬픔을 함께하는 형님 같은 모습이다.
“양만춘은 연개소문의 쿠데타를 지지하지 않아 반역자로 몰린 상태였어요. 그런 그가 건재하려면 형님 같은 리더십으로 성민들의 공감을 얻었을 것으로 생각했어요. 사람을 무릎 꿇게 하는 것은 결국 공감 능력일 겁니다. 양만춘과 관련한 사료가 없어 새로운 것을 시도해볼 여지가 많았어요.”
대표적인 ‘꽃미남 스타’였던 조인성은 양만춘 역을 위해 외모를 포기하다시피 했다. 얼굴의 절반을 수염으로 가린 것으로도 모자라 기미·주근깨를 잔뜩 그려 넣었다. 응당 그가 담당했을 ‘미모’의 캐릭터 역은 후배 모델 출신 배우 남주혁이 담당했다.
“이제 그 자리는 넘겨줄 때가 됐죠. 제가 넘기지 않겠다고 해도 자연스럽게 넘어갈 거고요. 사실 저도 수염 붙이고 분장해도 장군 느낌이 나지 않을까 봐 걱정했어요. 더 젊을 때 했으면 절대 그런 느낌이 안 나왔을 텐데, 30대 후반이 되니까 다행히 어색하지는 않았습니다.”
‘안시성’은 전형적인 사극에서의 탈피를 시도했다고 그는 말했다. 너무 과한 연기를 줄이고 신파도 억제했다. 대신 담백한 감정과 스토리를 유지했다는 설명이다.
“이제 영화에서도 고구려 역사를 다루기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조선시대 이야기만 너무 많았어요. 상고사 얘기는 한반도에 머무르지 않고 만주 벌판으로 영역을 확대합니다.”
그는 앞으로 멀티캐스팅하는 작품에 출연하고 싶다고 털어놨다.
“예전에는 단독 주연 역할이 아니면 눈에 들어오지 않았어요. 이제는 생각이 바뀌었어요. 역할이 크지 않아도 됩니다. 임팩트만 있다면 선택할 겁니다.”
유재혁 대중문화 전문기자 yoo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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