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글기자 코너] 책 구매의 진입장벽을 높인 도서정가제

입력 2018-09-17 09:01  

소비자들의 책 구매에 대한 진입 장벽을 높게 만듦으로써
오히려 서적 관련 업계에 큰 타격을 가져왔다.
책의 구매가 부담되는 이상 독자들을 서점으로 끌어들이기는 쉽지 않다.



도서정가제란 모든 서점에 책의 가격을 일정 비율 이상 할인하는 것을 금하는 정책이다. 책값을 인하하는 서점 간 치열한 경쟁으로 인한 도서 출간의 축소 방지, 중소 서점 살리기 등의 목적으로 2003년 처음 도입됐다. 첫 도서정가제의 내용은 발간된 지 18개월 이내의 신간 서적을 19% 이내로 할인하도록 제한한 것이다. 그러나 2014년 개정된 도서정가제가 도입됨으로써 문제가 발생했다. 개정된 도서정가제에 따르면 출판 시기와 상관없이 모든 종류의 서적은 정가의 15%까지만 할인이 가능하다.

지난해에는 평균 책값이 처음 2만원을 넘어섰다. 이는 소비자들의 책값 부담이 점점 커지고 있는 추세라는 것을 의미한다. 인터넷이 발달함으로써 독서와 종이책에 대한 관심이 확연히 감소한 상황에서 이후 책값까지 상승해 서적 출판과 판매 업계에 치명타를 줬다.

본래 취지인 중소 서점 살리기에도 부응하지 못한다는 통계 자료가 있다. 도서정가제 시행 이후 실시된 설문조사에 동네 서점 이용이 증가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8.3%로, 이는 온라인 서점 48.5%, 오프라인 서점 18.9%에 비해 매우 낮다. 이는 대형 서점이 중소 서점보다 광고 및 홍보에 쓸 수 있는 비용이 더 커서 사람들에게 대형 서점의 좋은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기회가 많기 때문이다. 출판사 또한 매출과 발행 부수가 전년도에 비해 감소 추세를 보였다.

도서정가제의 본래 취지는 옳았으며, 중소서점의 부흥을 가져온다는 점에서 상당히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현재 소비자들의 책 구매에 대한 진입 장벽을 높게 만듦으로써 오히려 서적 관련 업계에 큰 타격을 가져왔다. 책의 구매가 부담되는 이상 독자들을 서점으로 끌어들이기는 쉽지 않다. 독서를 시작하려는 사람 또한 망설이게 되는 것이다. 단언컨대 서적 관련 정책의 바탕은 독서를 장려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책 읽는 사회 분위기가 만들어지기 전까지는 절대 문제가 개선될 수 없다. 또한 중고 서점의 부흥을 위해서는 제도의 개선에서 그치지 않고, 정부의 특색 있는 문화 콘텐츠 개발 지원이 직접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라는 말이 있다. 독서는 마음의 양식이다. 독서, 그리고 책의 근원지인 출판업계와 서점에 대해 관심을 가진다면 지금 처한 상황을 충분히 이겨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김지혜 생글기자(부산국제외고 1년) luckyjh200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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