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억 매출이 8년 만에 160억…'지평막걸리'의 반전스토리

입력 2018-09-17 14:42  


지평주조의 '지평막걸리'가 반전 스토리를 써나가고 있다.

17일 지평주조에 따르면 올 들어 현재까지 매출액은 110억원으로 지난해 연매출 80억원을 37%가량 뛰어넘었다. 지평주조는 올 연말까지 약 160억원의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평주조는 8년 전 불과 2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던 소규모 양조장이었다. 젊은 소비자층이 유입되지 못하면서 막걸리 시장은 외면 받았고, 지평주조 역시 지역사회 판매에만 기댄채 위축되고 있었다.

남은 막걸리 시장 마저도 서울탁주(장수막걸리), 국순당 등 주요 브랜드들이 70% 이상을 점유하면서 지역막걸리 중 하나인 지평주조는 겨우 명맥만을 유지했다.

그러던 2010년 28세의 젊은 대표가 부임했다. 지평주조 2대 사장이었던 김교섭 씨의 손주인 김기환 대표였다. 고령이었던 할아버지와 아버지(3대 사장 김동교)의 뒤를 이어 2010년 가업에 뛰어들었다.

김 대표는 위축되던 막걸리 시장에서 오히려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쳤다. 젊은 소비자층을 공략하기 위해 2016년 도수를 1도 낮춘 5도 막걸리를 내놨다.

시장 점유율 1등인 장수막걸리가 6도인 상황에서 도수를 낮춘다는 것은 지평주조에 모험이었다. 알코올 도수 6도는 기존 막걸리 시장의 주요 소비자층인 고령층이 오랜 기간 마셔온 익숙한 맛이었기 때문이다.

젊은 층이 마시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고 판단한 김 대표는 서울 강남, 홍대, 신촌뿐만 아니라 부산, 강원지역의 젊은 층들이 몰리는 상권에 영업망을 넓히면서 공을 들였다.

반응이 서서히 오기 시작했다. '부드럽고 숙취 없는 막걸리'로 젊은 층의 입소문을 타는데 성공했다.

지평주조 관계자는 "2030 젊은 세대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지평주조 막걸리 사진을 올리면서 소비자층이 확대됐다"며 "기존 막걸리보다 부드럽고 도수도 낮은 것이 좋은 반응을 이끌어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해에는 전국 이마트에 입점을 하면서 외형을 크게 키웠다. '부드럽고 숙취 없는 막걸리'로 소비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는데 성공한 것이 상품기획자(MD) 눈에 들어왔다.

기존 양평에 있는 양조장만으로는 수요를 감당해내지 못한 지평주조는 지난 6월 춘천에 월 500만병(750mL 기준)을 생산할 수 있는 제2공장을 지었다.

김 대표는 "지평주조만의 주조방식을 따르면서 위생적이고 맛의 균질화를 이룰 수 있게 됐다는 점이 제2공장의 의미"라며 "이번 공장 준공을 계기로 영업망을 전국 단위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1925년에 설립된 지평양조장은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양조장 중 한 곳으로, 한국전쟁 지평리 전투 당시 UN군 사령부로 사용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1대 사장인 이종환 씨가 설립한 뒤 1960년 김교섭 사장이 인수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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