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색 뚜렷해진 憲裁… 낙태죄·軍동성애 금지에 '위헌' 가능성

입력 2018-09-17 17:46  

유남석 소장 체제 출범

재판관 9명 중 5명 교체
우리법·민변 출신 선임

이은애·이영진·이석태 등
낙태·동성애 유연한 태도

현대차 노조·최저임금 인상 등
경제관련 사건 결정 향방 '관심'



[ 신연수 기자 ] 헌법재판소장이 교체되고 재판관 5명이 한꺼번에 퇴임하면서 헌법재판소의 ‘좌회전’이 가속화할 전망이다. 유남석 소장 후보자와 이석태·이은애 재판관 후보자 등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부터 낙태와 동성애 등 민감한 이슈에 대한 소신을 숨기지 않았다. 헌재에 쌓여 있는 노동·경제 관련 사건 결정에도 진보 색채가 입혀질지 법조계 안팎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6기 재판부, 진보 색채 강화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19일 임기를 마치는 이진성 소장을 비롯해 김이수·김창종·안창호·강일원 재판관이 퇴임하고 ‘5기 재판부’가 막을 내린다. 전체 재판관 9명 중 과반수인 5명이 한꺼번에 교체되는 가운데 김명수 대법원장이 추천한 이석태·이은애 재판관 후보자가 임명 대기 상태다. 문재인 대통령이 후임 소장으로 내정한 유남석 후보자와 함께 국회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 자유한국당이 각각 추천한 김기영·이영진·이종석 재판관 후보자도 인사청문회를 거쳐 국회 본회의 임명동의안 가결을 기다리고 있다.

유 소장 후보자가 이끌 ‘6기 재판부’는 진보 색채를 강하게 띨 전망이다. 유 후보자부터가 법원 내 진보 성향 법관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창립 멤버다. 순수 재야 법조인으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회장 출신인 이석태 후보자는 과거 국가보안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된 이석기 전 의원의 석방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내기도 했다. 김기영 후보자는 우리법연구회의 후신 격인 국제인권법연구회 간사를 지냈다. 이은애 후보자는 대법원 산하 젠더법연구회에 창설 초기부터 몸담고 여성 문제에 관심을 둬온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에선 진보 성향 재판관이 대거 입성한 6기 재판부에서 앞으로 각종 ‘위헌’ 결정이 쏟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의 효력에 제한을 가하거나 개정을 권고할 수 있는 위헌 결정이 나오려면 재판관 6명이 찬성해야 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임명한 서기석·조용호 재판관이 내년 4월 퇴임하면 지명자 기준으로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재판관은 한국당이 추천한 이종석 재판관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명한 이선애 재판관 두 명만 남게 된다.

◆낙태·군 동성애 판결 달라질까

당장 낙태와 군 동성애 이슈를 바라보는 헌재의 전향적 태도가 감지된다. 헌재는 낙태한 여성이나 그를 도운 의사를 처벌하도록 하는 형법 제269조·제270조에 대한 헌법소원과 군 내 항문성교를 처벌하는 군형법 제92조의 6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을 심리 중이다.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유 소장 후보자를 비롯해 이은애·이영진 후보자 등은 낙태 허용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이석태 후보자는 변호사 시절 군형법 위헌 소송의 대리인 단장까지 맡은 이력이 있다.

헌재 결정을 기다리고 있는 노동·경제 관련 사건도 여럿이다. ‘현대차 노조 업무방해’ 사건이 대표적이다. 2012년 현대차 전주공장 비정규직 노조 간부들이 청구한 헌법소원으로 파업 중 휴일 특근 거부를 형법상 업무방해로 처벌하는 것이 위헌인지가 쟁점이다. 지난 6월 양대 노총이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확대한 최저임금법 개정안에 대해 청구한 헌법소원심판도 심리 중이다. 이외에도 전기요금 누진제나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제 등이 헌법에 위배되는지에 대한 판단도 줄줄이 대기 중이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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