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사진)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환자 이모씨(61)가 스스로 메르스라고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환자를 향한 비난을 자제해야 한다는 취지다.
박 장관은 1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환자가 메르스라고 상상치 못한 듯 하다"며 "설사를 했기 때문에 물 바뀌면 설사하듯이 단순하게 생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 메르스 감염 사실을 숨기려는 의도성은 없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그는 "그렇다"며 "메르스라고 생각했다면 전혀 다르게 (행동)했을 것"이라고 했다.
앞서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도 환자 스스로 메르스라는 사실을 인지했을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했다. 이씨가 입국 전 삼성서울병원에 근무하는 지인과의 통화에서 발열 기침 등 메르스 증상을 호소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 이씨의 지인 의사는 환자에게 메르스 의심 증상이 있는지를 꼼꼼히 확인했다. 그러나 환자는 유사 증상을 호소하지 않았다. 이를 토대로 지인 의사는 이씨에게 입국 후 진료를 받아보라고 권했다. 만약 메르스로 의심했다면 관할 보건소에 신고를 하는 등 다른 조치를 취했을 것이라는 게 보건당국의 설명이다.
박 장관은 "환자는 계속 설사에 대해서만 생각했고 (지인과의) 국제전화를 통해서도 설사얘기만 했다"며 "병원에 근무하는 (환자의) 친구가 '중동에서 들어오는 환자가 설사라고 하니 그 사실만으로도 메르스를 의심하자'라고 해서 조치한 것이다. 친구 의사가 현명했던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의료진이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환자를 받아들였고, 환자도 친구 의사가 권한 것을 충실히 따랐다"며 "감염병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높아졌다"고 했다.
박 장관의 설명과 달리 인터넷사이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는 환자에 대한 잘못된 정보가 퍼지고 있다. 대부분 '환자가 메르스라는 사실을 알고도 입국했다'는 내용이다. 이를 토대로 환자를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페이스북을 통해 내부 감염병 회의를 생중계한 뒤 비난의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당시 박 시장은 "환자가 자신의 증상을 제대로 얘기하지 않았을 가능성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한다"며 여론을 부추겼다.
환자를 향한 비난은 국가 방역망을 구축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과도한 비난의 목소리 때문에 또다른 환자가 감염 사실을 숨길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3년 전인 2015년 메르스 사태 때 일부 환자들은 비난의 목소리 때문에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받았다. 당시 첫번째 환자를 진료했던 국립중앙의료원 의료진은 "감염병에 걸리고 싶어 걸리는 사람은 없다. 이 환자가 감염병에 걸려온 것만으로 한국에서 비난받아서는 안된다. 국민들이 이 점을 충분히 이해해달라"고 당부했다.
3년 만에 메르스에 감염된 이씨도 마찬가지다. 앞선 브리핑에서 최보율 대한예방의학회 이사장은 "환자나 의심환자, 접촉자들과 일반 주민들과 갈등 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을 보며 안타까움을 느낀다"며 "환자도 어디선가 감염된 사람이고 이분들 역시 피해자"라고 했다.
그는 "이들은 다른 사람이 감염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격리 치료를 받는, 사회를 지키는 데 큰 도움을 주는 희생자"라며 "우리 국민이 이들을 어떻게 보호하고, 이들의 불편을 최소화할지에 대해 힘을 모아야 한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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