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개 언어 200개국 서비스'…설립 11년만에 글로벌 금융포털 성장
글로벌 금융포털. 2007년 설립한 인베스팅닷컴(www.investing.com, kr.investing.com)이 내세운 비전이다. 구호에만 그치지 않았다. 처음부터 로컬(미국 시장) 경쟁을 벗어나 글로벌 시장에 승부수를 띄웠다. 그게 통했다. 2018년 현재 30개 언어로 200개국 이상에서 서비스하는 ‘실적’으로 입증된다.
한국 시장 진출 모색을 위해 최근 방한한 미키 비니스키(Mickey Winitsky) 대표(사진)는 한경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인베스팅닷컴의 성공 요인을 이 같이 소개했다.
“미국 시장은 야후 파이낸스·블룸버그·CNBC 등 기존 경쟁자들이 치열하게 다투는 레드오션이죠. 그들은 미국 시장 비중이 70~80%에 달합니다. 우리는 다르게 접근했어요. 다국적화를 목표로 삼았죠. 어떤 금융포털도 인베스팅닷컴처럼 글로벌화된 사례는 없습니다.”
기존 시장에 얽매이지 않고 블루오션을 찾아 나서야 투자 효과가 극대화된다고 본 것이다. 금융포털들이 경제규모 1위 미국 시장에서 경쟁할 때 새로운 시장 개척과 선점에 눈을 돌린 전략은 적중했다. 인베스팅닷컴은 설립 11년 만에 야후 파이낸스, 블룸버그 등과 대등하게 경쟁하는 위치로 올라섰다. 올 7월 기준 온라인 페이지뷰에서 글로벌 4위를 기록했다.
관점 차이는 단기간 급성장이란 결과로 이어졌다. 비니스키 대표는 “인베스팅닷컴은 미국 시장에선 경쟁자들보다 비중이 낮지만 다른 나라들에선 단연 앞서나가고 있다”며 글로벌 시장에 초점을 맞춘 차별화 전략을 거듭 강조했다.
사용자들은 전세계 금융정보를 한 눈에 볼 수 있다는 점을 인베스팅닷컴의 강점으로 꼽는다. 외환 채권 펀드 원자재 등 각종 종목의 실시간 시세와 스트리밍 차트, 최신 뉴스, 기술적 분석까지 제공하고 있다. 국가별로 일일이 찾아보는 수고를 덜어줘 호평을 받는다.
특히 인베스팅닷컴에서는 각국 경제지표 및 주요 기업들의 실적 예상치와 실제 발표치를 함께 확인 가능하다. 직전 분기, 전년 동기 등 이전 지표와 비교한 결과 역시 손쉽게 파악할 수 있다. 금융 투자에 필요한 기본 도구와 차트를 비롯해 견적, 계산기 등의 서비스도 지원한다.
“여러 경제지표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볼 수 있도록 한 ‘경제 캘린더’는 인베스팅닷컴의 핵심 서비스입니다. 경쟁사들의 경우 유료 프리미엄 서비스로 제공하죠. 실시간 글로벌 금융정보를 한 눈에, 전세계 언어로 무료 제공하자는 것이 인베스팅닷컴의 철학이에요.”
전체 무료 서비스로 운영하지만 인베스팅닷컴은 올해 6000만달러(약 700억원)의 수익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대부분 광고 수입이다. 사용자에게 돈을 받기보다 시장을 선점해 방문 횟수와 충성도가 높은 고객을 확보, 수익으로 연결시키는 사업 모델을 택했다.
각국 주요 언론사와 협력관계를 구축해 데이터와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 또한 이러한 비즈니스 전략의 일환이다. 당장 눈앞의 수익보다는 네트워크를 넓혀 인지도를 높이고 잠재 고객을 확보하는 데 힘 쏟고 있다.
가상화폐(암호화폐) 시장에서도 남 먼저 움직였다. 비니스키 대표는 “암호화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던 지난해 초부터 투자자들 요구를 감안해 일찌감치 암호화폐 데이터 마이닝(정보 수집)에 나섰다”며 “전세계 180여개 거래소에서 정보를 받아 암호화폐 시세를 안정적으로 제공하는 데 주력해왔다. 비트코인의 경우 전체 평균치를 산정해 대표값을 지수로 나타내는 식”이라고 말했다.
투자자 수요에 유연하게 대처해 신규 시장을 적극 개척하되, 특정 암호화폐 거래소가 해킹되거나 파산하는 등 돌발 변수에 영향을 받지 않게끔 안전망을 갖췄다는 얘기다.
암호화폐 포트폴리오 관리 서비스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알림 기능을 활용해 한계점 설정, 손절매 등을 설정할 수 있으며 지정 가격대에 도달하면 고객 휴대폰과 이메일로 메시지가 발송된다. ‘암호화폐 공개(ICO) 캘린더’ 서비스를 통해서는 진행 중인 ICO뿐 아니라 완료 및 예정 ICO 종목까지 확인할 수 있다.
“블록체인은 우리 삶에 무시할 수 없는 영향을 끼칠 겁니다. 달러·원화 등 지금의 법정화폐는 미래 글로벌 비즈니스에 적합하지 않아요. 앞으로는 암호화폐가 실생활에서 사용되는 주요 화폐로 대체될 겁니다. 정부 규제가 보다 명확해지고 사람들이 익숙해지면 암호화폐 산업은 혁명적 변화를 가져올 거예요.”
인베스팅닷컴은 개인 금융(퍼스널 파이낸스) 시장을 다음 타깃으로 잡았다. 그간 선진국 위주 금융정보 서비스의 글로벌 확산에 주력했다면 이번에는 전문 투자자 중심에서 탈피, 개인 금융 서비스 비즈니스화로 경쟁자들을 앞질러 글로벌 1위 금융포털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다.
비니스키 대표는 “전세계 인구의 2~3%만 전문적 금융 투자를 하고 97~98%의 절대 다수는 은행 융자, 부동산 대출, 보험 같은 현실 생활에서의 개인 금융에 관심을 가진다”면서 “예를 들어 대학생이 신용카드를 만들 때 어디를 추천할지, 대출 받으려면 어느 은행 이자가 가장 저렴한지 등을 조언·상담해주는 서비스가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인베스팅닷컴의 ‘퍼스널 파이낸스’ 웹사이트와 어플리케이션은 영어권 국가부터 출시하고 다른 언어권 국가로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스마트 홈 파이낸스’와 ‘원스톱 파이낸셜 솔루션 컴퍼니’가 궁극적 지향점이라는 설명이 뒤따랐다.
국내 사용자가 늘어나면서 한국시장에 매력을 느낀다는 그는 “단기간에 세계 10위권으로 급성장한 한국의 경제력만 봐도 시장 잠재력이 크다는 걸 알 수 있다. 인베스팅닷컴이 한국에서도 주요 언론들과 제휴해 함께 성장하는 방안을 찾겠다”고 덧붙였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사진=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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