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3당 대표, 김영남 등과 면담 '재성사'…이해찬 "정권 뺏기는 바람에"

입력 2018-09-19 14:31   수정 2018-09-19 15:17

이해찬 "다시 집권해 오늘 같은 좋은 기회 와"
김영남 "대장부 돼 통일 위업 이루자"
이해찬, 면담취소 해명도
"사정 설명하니 김정은 위원장이 즉석 지시"





한 차례 면담이 불발됐던 여야 3당 대표가 19일 북한 고위급 인사들을 만났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이날 오전 9시 50분께 만수대의사당에서 김영남 상임위원장과 안동춘 최고인민회의 부의장, 최금철 조선사회민주당 중앙위 부위원장과 만나 면담했다.

이들은 접견실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한 뒤 회의장으로 이동해 약 50분간 대화를 나눴다.

김영남 상임위원장은 모두발언에서 전날 면담 취소를 상기하며 "학수고대의 보람이라는 게 바로 오늘 같은 광경을 놓고 예로부터 쓰던 의사표시라고 생각된다"며 전날 면담 불발에 대해 개의치 않는다는 듯한 의사를 전달했다.

이해찬 대표는 "6·15 정상회담을 하고 나서 잘 나가다가, 노무현 대통령까지도 잘 나가다가 그만 우리가 정권을 빼앗기는 바람에 지난 11년 동안 남북관계가 단절돼 여러 손실을 많이 봤다"며 "이제 저희가 다시 집권했기 때문에 오늘 같은 좋은 기회가 왔다. 이번에는 남북관계가 영속적으로 갈 수 있도록 만들려고 단단히 마음을 먹고 왔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김 상임위원장은 "리해찬 선생이 더불어민주당 대표직에 올라섰다는 희소식이 전파하자 다시금 통일의 여명이 밝아오기 시작하리라는 신심을 가지게 됐다"고 화답했다.

여야 3당 대표는 방북 첫날인 전날 오후 북한 고위급 인사들과 면담하는 일정이 잡혀있었으나 정작 해당 장소에 나오지 않아 면담은 불발됐다.

당초 전날 면담에는 북측에서 안동춘 부의장을 비롯해 리금철 조선사회민주당 중앙위 부위원장, 림룡철 조국통일위원회 민주주의전선 중앙위 서기국 부국장이 나올 예정이었다.

김 상임위원장은 포함되지 않았었다.

불발 사유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이 대표는 "정상회담 배석자 숫자가 갑자기 예상보다 많이 줄어드는 바람에 장관들이 이쪽에 합류를 했다"면서 "그래서 당 대표 3명과 장관들을 분리하는 과정에서 커뮤니케이션이 잘 안 돼 우리 쪽이 불발된 것"이라고 다소 아리송한 해명을 했다.

이 대표는 면담 일정이 다시 잡힌 배경에 대해서는 "어제 연회장에서 '(사정이) 이렇게 됐는데 오늘 면담을 해야 한다'고 하니까 김정은 위원장이 '당연히 하셔야 한다'며 즉석에서 지시했다"고 전했다.

전날 만수대의사당을 먼저 찾은 북측 인사들은 면담 시작 10분 전부터 문 앞에 도열해 대기했다.

하지만 3당 대표가 오지 않았고 면담 대기 시간 포함해 1시간 정도 기다리던 안동춘 부의장은 남측 취재진에게 “수고했다”고 말을 건네고 자리를 떴다. 일부 관계자들은 남측 취재단에게 "이런 경우가 어디 있느냐"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고려호텔 로비에서 취재진을 만난 이해찬 대표는 “일정을 재조정하고 있다”고 말했으며 이정미 대표는 “일정에 착오가 있었던 것 같다. 그 시간에 정당 대표들끼리 간담회를 했다”고 설명해 의문을 자아냈다.

3당 대표를 비난하는 내용으로 청와대에 국민청원을 올린 한 네티즌은 "이해찬 대표, 정동영 대표, 이정미 대표는 국민의 세금으로 회담 참석했으면 일을 해 달라. 정말 실망스럽다"고 의견을 개진했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 또한 면담이 남측의 불참으로 불발된 것과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이 고생하는데 이해찬 당 대표는 약속도 취소해버리고 큰 결례를 저질렀다”면서 “측근들이 사고치는 것은 한국이 유일할 것이다. 북한에서 실제로 그랬다면 숙청된다”고 꼬집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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