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재 풀리는 즉시 경협 돌입
철도·도로 공동조사 먼저 착수
금융권도 경협 대비 본격 나서
윤석헌 "필요한 역할 하겠다"
[ 김일규 기자 ] 남북한 정상이 ‘9월 평양공동선언’에서 남북 공동 경제발전대책을 강구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우리 정부는 경제협력 방안 마련에 속도를 높일 계획이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사진)은 19일 고용·산업위기지역인 전북 군산 기업들을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여건이 조성된다면 남북 경제협력에 속도를 내겠다”고 말했다. 경제정책 사령탑으로서 이전보다 강한 추진 의지를 밝힌 것이다. 다만 그는 “남북 경협은 국제사회 협력도 필요하고 북한제재 문제의 해결이 선행돼야 한다”며 “늘 천명한 것처럼 차분하고 질서 있게 준비하겠다”고 덧붙였다.
기재부는 미국과 유엔의 대북제재가 풀리는 즉시 경협을 본격화할 수 있도록 사전 준비에 들어갔다. 기재부 관계자는 “평양공동선언에 나온 사업 대부분이 대북제재가 풀려야 시행할 수 있는 것”이라면서도 “철도와 도로를 연결하기 위한 공동조사 등은 먼저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협에 필요한 수십조~수백조원의 자금을 조달할 금융권의 움직임도 본격화했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외국계 금융회사 대표들과의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금융회사도 (북한에) 들어갈 테니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이 (필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원장은 “이번에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남북 정상회담 특별방북단에 참여했으니 전체적인 구도를 짤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북한 개발을 위해 국내외 여러 금융회사 등이 함께 참여하는 방식의 기금을 구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 11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남북 경협은 규모가 크고 리스크 요인도 많아 한두 개 금융회사가 맡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산은은 국책은행, 시중은행은 물론 국제금융기구와 외국 금융회사까지 두루 참여하는 기금 설립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기존 남북협력기금을 운용하고 있는 수출입은행도 주도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분주하다. 수출입은행 역시 남북 경협이 본격화할 경우에 대비해 새로운 기금 마련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번 공동선언에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사업을 정상화하는 내용이 포함됨에 따라 시중은행은 해당 지역 지점 재개 준비에 들어갔다. 과거 개성공단에서는 입주기업에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우리은행이 지점을 운영했고, 금강산관광특구에서는 농협은행이 지점을 개설해 관광객 대상 환전서비스 등을 제공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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