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메드 "강한 자기장으로 뇌신경세포 자극해 우울증, 뇌졸중, 치매까지 치료한다"

입력 2018-09-20 09:32   수정 2018-09-22 23:45

이근용 리메드 대표
자기장으로 뇌 자극하는 TMS 개발
서울성모병원 등서 우울증 치료 임상
서울대병원 등서는 뇌졸중 임상 마쳐
치매환자 대상 임상도 곧 시작




마음의 병은 몸의 병이기도 하다. 심리 상담과 함께 약물 복용을 강조하는 이유다. 그러나 우울증 환자 절반 가까이가 약물 효과를 보지 못한다. 무기력증 같은 부작용도 있다.

2003년 설립된 의료기기 기업 리메드는 강력한 자기장으로 뇌를 자극해 우울증, 강박증, 조현증, 뇌졸중 등 뇌 질환을 치료하는 '경두개 자기자극기(TMS)'를 개발해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TMS의 원리는 다음과 같다. 코일에 강한 전류가 흐르면 코일 주위에 자기장이 생긴다. 전기 에너지가 자기 에너지로 변하는 현상이다. 이렇게 발생시킨 자기 에너지의 세기를 두개골을 통과할 수 있을 정도로 높이고 낮추기를 반복하면 두뇌 피질의 신경세포가 자극 받아 활성화한다. 활성화한 신경세포가 신경전달물질을 더 많이 분비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뇌 세포를 회복시킨다.

리메드는 국내 최초로 TMS를 자체 개발했다. 이근용 대표(사진·왼쪽)는 "국내 최고의 뇌 재활 치료 전문 기업을 목표로 15년 동안 한 길만 걸었다"며 "국내에서 독자적으로 TMS를 개발한 업체는 리메드가 유일하다"고 말했다.

TMS와 비슷한 치료법으로 파킨슨병 환자에게 시행하는 뇌심부자극술(DBS)이 있다. DBS는 두개골을 열어 문제가 있는 뇌 부위에 자극 발생기를 부착해야 해 위험 부담이 크다.

이 대표는 "TMS의 자기장 세기를 3테슬라까지 높여 머리를 절개하지 않아도 자기장이 두개골을 투과해 뇌의 신경세포를 흥분시켜 신경전달물질을 생성할 수 있게 했다"며 "뇌의 깊은 부위까지 자극이 전달되지는 않지만 운동, 언어 등 중요 기능을 발휘하는 대뇌 피질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리메드가 만든 제품인 'ALTMS'의 가격은 국내 4000만원, 해외 8000만원이다. 경쟁사인 미국의 뉴로네틱스가 제작한 뉴로스타는 국내에서 1억원 넘는 가격에 팔린다. 그는 "뉴로스타보다 가격 경쟁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국내 시장은 우리가 차지하고 있다"고 했다.

가격 경쟁력뿐 아니라 성능도 뉴로스타보다 훨씬 우수하다는 게 이 대표 설명이다. 뉴로스타의 자기장 세기가 1.5테슬라인 데 비해 ALTMS는 3테슬라다. 자기장 세기를 높일 수 있는 비법은 자체 개발한 냉각 시스템이다.

이 대표는 "코일에 전기를 흘리면 자기 에너지로 전환되면서 엄청난 열을 내뿜는데 이를 잘 식혀야 기기의 안정성을 유지하면서 자기장 세기를 강화할 수 있다"며 "우리 기술로 7테슬라까지 가능하다"고 했다. 기존 제품은 한 번 사용하면 기기가 식을 때까지 기다려야 하지만 ALTMS는 냉각 시스템이 좋아서 금방 재사용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리메드는 기기의 첫 적응증으로 우울증을 선정해 서울성모병원, 여의도성모병원 등에서 임상시험을 시작했다. 그는 "두통약이 두통의 원인을 제거하는 대신 통증을 줄이는 데 그치는 것처럼 뇌 질환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약이 아직 많지 않다"며 "우울증 환자 가운데 약물이 잘 듣지 않는 약물 저항성 환자가 40~50% 있어 다른 치료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임상 결과, 간이인지기능검사(MMSE)에서 환자 상태가 유의미하게 개선됐다. 2014년 식품의약품안전처 품목 허가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신기술인증(NET)을 받았다. 현재 TMS는 비급여 항목이다. 이 대표는 TMS가 곧 급여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사회경제적으로 힘든 계층일수록 우울증 환자가 많다"며 "올해 사회적 소외 계층이 혜택을 입을 수 있는 항목을 급여화하는 게 문재인 정부의 목표인 만큼 TMS도 보험 급여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리메드는 지속적으로 TMS의 적응증을 확대하기 위해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뉴로스타가 우울증에 집중하는 것과 대비된다. 2015년부터 서울대병원, 분당서울대병원, 일산 동국대병원에서 뇌졸중 환자 80여 명을 대상으로 매일 20분씩 3주 동안 TMS를 실시해 상지 운동 기능이 회복되는지 확인하는 임상을 진행해 이번 달에 마쳤다.

그는 "세계적으로 TMS를 뇌졸중 환자에게 적용한 사례는 처음"이라며 "뇌졸중 환자의 근손실을 막는 데 운동 재활과 TMS를 병행하면 더 효과적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고 했다. 보건복지부가 추진한 정부 과제로 시작한 이번 임상은 시간이 제한적이라 TMS의 효과를 온전히 검증하는 데 다소 부족하다는 평가를 내놨다. 추후 임상 대상을 두 배로 늘려 다시 진행할 계획이다.

서울성모병원과 삼성서울병원에서 진행할 알츠하이머 환자 임상시험은 주목할 만하다. 치매 환자 임상은 이스라엘 업체에 이어 두 번째다. 이 대표는 "김민영 분당차병원 재활의학과 교수가 알츠하이머에 걸린 쥐에게 TMS를 적용한 전임상시험에서 쥐의 인지능력이 좋아졌다는 결과가 나왔다"며 "정확한 메커니즘이 아직 규명되지는 않았지만 뇌를 자극해 치매를 치료할 수 있는 가능성이 보인다"고 했다.

현재 임상시험심사위원회(IRB) 승인을 기다리는 중이다. 이르면 다음 달부터 임상에 돌입한다. 분당차병원과 함께 혈관성 치매 환자에게 TMS를 실시하는 임상도 준비하고 있다.

리메드는 TMS를 더 정밀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브레인 네비게이션'을 4년간 개발한 끝에 올해 말 출시한다. 이 대표는 "사람마다 머리 생김새와 뇌 모양이 다르다"며 "3차원 카메라로 찍은 외관과 자기공명영상(MRI)으로 찍은 뇌 사진을 결합해 더 정확하게 자극 부위를 고를 수 있게 돕는 프로그램"이라고 했다. 경쟁 제품인 뉴로스타는 브레인 네비게이션이 없다.

리메드의 지난해 매출액은 62억원이다. 매년 국내에서 ALTMS 100여 대가 판매된다. 그는 "예전에는 많아야 20대 정도 팔렸는데 요즘은 정신과, 신경과, 재활의학과 등 다양한 의료기관에서 제품을 구매한다"고 했다.

최근에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선정하는 두뇌역량우수전문기업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두뇌역량우수전문기업은 규모는 작지만 우수한 기획·설계 능력으로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업체로서 선정된 기업은 정부로부터 인력, 기술, 금융, 마케팅 등 여러 지원책을 제공 받는다.

오는 10월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내년 상반기까지 허가 절차를 완료하는 게 목표다. 지난 8월 코넥스에 상장한 리메드는 코스닥 이전 상장도 추진하고 있다.

임유 기자 free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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