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 생태계 뿌리째 흔들 현안
美 상무장관·USTR 대표 만나
"고용 창출 등 美 산업의 일원
관세부과는 FTA재협상 훼손"
강조하며 '호혜적 조처' 요청
앨라배마·조지아 공장 점검도
[ 장창민 기자 ]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수석부회장이 ‘트럼프발(發) 관세 폭탄’을 막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미국 정부 및 의회 고위 인사들과 잇달아 만나 미국에 수입되는 자동차에 20~25%가량의 관세를 물리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침이 부당하다는 점을 적극 호소했다. 정 부회장이 직접 발로 뛴 이유는 절박감 때문이다. 관세 폭탄이 현실화할 경우 현대·기아차를 비롯한 국내 자동차산업 생태계가 송두리째 흔들릴 것이란 우려다.
지난 16일 미국 출장길에 오른 정 부회장은 18∼19일 현지에서 윌버 로스 상무장관, 조니 아이잭슨 조지아주 상원의원,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과 연쇄 면담을 했다. 정 부회장은 미국 무역확장법 232조 적용에 따른 한국산 자동차 관세 부과 움직임에 대한 국내 업계의 우려를 전달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이 성공적으로 이뤄진 만큼 한국산 자동차에 ‘호혜적 조처’를 해줄 것도 요청했다. 지난 3월 한·미 FTA 개정 합의로 비관세 무역 장벽을 추가 제거하는 등 이미 자동차 부문에 대한 미국의 우려를 해소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개정 합의문에 따르면 미국이 한국산 픽업트럭과 같은 화물차를 수입할 때 매기는 25% 관세 철폐 시한을 2041년까지 20년 연장했다. 미국산 차가 한국의 안전기준을 충족하지 못해도 미국 안전기준만 맞추면 제작사별로 연간 5만 대까지 수입하기로 했다.
정 부회장은 현대·기아차를 비롯한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미국의 차 산업과 국가 안보에 전혀 타격을 주지 않는다는 점도 부각시켰다는 후문이다. 현대·기아차가 미국 공장 운영을 통해 현지 자동차산업의 중요한 일원으로 노력해 온 점도 강조했다.
현대차는 앨라배마주 몽고메리에, 기아차는 조지아주 웨스트포인트에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앨라배마 공장은 총 17억달러를 투자해 2005년 완공했다. 생산 차종은 쏘나타와 아반떼, 싼타페 등 3종이다. 연간 생산능력은 37만 대다. 기아차는 2007년 12억달러를 들여 조지아 공장을 완공했다. 생산 차종은 K5와 쏘렌토이며 연간 34만 대를 생산할 수 있다. 두 공장 모두 3000여 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다.
미국 정부 및 의회 고위 인사들은 정 부회장의 설명을 들은 뒤 현재 진행 중인 관련 조사에 참고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룹 관계자는 “정 부회장이 미 고위 인사들과 면담에 직접 나선 것은 한국 자동차산업을 넘어 경제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통상 현안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관세 폭탄이 현실화하면 한국 자동차 및 부품업계의 생존 기반 자체가 흔들릴 것이란 우려가 적지 않다. 미국이 한국 자동차업계의 최대 수출 시장이기 때문이다. 고율 관세를 맞으면 우선 연간 85만 대에 달하는 한국산 자동차의 미국 수출길이 사실상 막힌다. 금액으로 따지면 145억2721만달러(약 15조5500억원)에 달한다. 향후 5년간 자동차산업과 관련된 65만 명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정 부회장은 미국 고위 인사들과의 면담을 마친 뒤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과 기아차 조지아 공장을 방문해 업무보고를 받고 생산라인을 점검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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