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 최저임금 인상 등 여파
적자·폐업 모면하려 대출 늘려
금융안정지수 '주의'단계 근접
금리 인상땐 부채 리스크 우려
[ 서민준 기자 ] 자영업자 빚이 일반 가계보다 두 배 빨리 증가하며 600조원에 육박했다. 특히 음식·숙박업과 경비원이 속한 사업서비스업은 10곳 중 1곳 이상이 7년 연속 이자도 못 갚는 ‘좀비기업’인 것으로 나타났다. 앞으로 금리 상승 속도가 빨라지면 자영업·취약업종 부채가 한국 경제의 뇌관이 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20일 금융통화위원회에 보고한 ‘2018년 9월 금융안정상황’을 보면 올 2분기 자영업자 대출은 590조7000억원이었다. 2014년엔 372조3000억원에 그쳤으나 3년 반 사이 200조원 넘게 늘었다.
특히 증가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자영업자 대출 증가율은 2014년 7.6%였지만 2016년 13.7%, 작년 14.4%로 뛰었고 올 2분기는 15.6%에 달했다. 자영업자를 포함한 중소기업 대출증가율도 지난해 2분기 5.8%에서 올 2분기 7.2%로 뛰었다. 이자가 비싼 상호금융·저축은행 등 비은행을 중심으로 빚이 늘어나는 점도 위험 요소로 꼽힌다. 은행 자영업자 대출은 지난해와 올 2분기 각각 9.7%, 12.9% 증가했다. 같은 기간 비은행 대출 증가율은 각각 26.6%, 22.2%에 달했다.
자영업 대출이 급증하는 이유는 과당경쟁, 내수 침체 등으로 경영이 악화된 탓이 크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자영업자의 월평균 매출은 2016년 하반기 3870만원에 달했지만 지난해 하반기엔 3438만원, 올 상반기엔 3372만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여기에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경영 비용이 늘어나자 적자와 폐업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빚을 늘린 것으로 분석된다.
경영이 악화되는데 빚이 늘어나니 취약 업종을 중심으로 ‘부실기업’이 양산되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7년 연속 영업이익이 이자보다 적은 만성 한계기업은 2014년 828곳, 2015년 904곳, 2016년 907곳, 2017년 942곳 등 증가일로에 있다. 특히 음식·숙박업은 전체 11.6%가 만성 한계기업이었다. 사업서비스업(16.4%)과 부동산업(7.6%)도 이 비중이 높았다.
가계 부채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가운데 취약 업종 기업들의 대출 증가가 더해지면서 한국 전체 금융 안정성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금융시스템 전반의 안정 상황을 보여주는 금융안정지수는 올 7월 7.4, 8월 6.9 등으로 주의 단계(8)에 근접했다. 개성공단 폐쇄 등이 있었던 2016년 11월(11.0)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문제는 앞으로 금리가 인상되면 부채 리스크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자연히 대출금리가 상승하고 저금리 시대 때 빌린 빚의 상환 부담이 커진다.
한은 관계자는 “아직까지 자영업자 등의 대출 건전성은 양호한 편”이라면서도 “대내외 충격이 발생하면 과대 채무 보유자, 취약업종을 중심으로 채무 상환 어려움이 커질 수 있기 때문에 금융기관이 대출 건전성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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