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옛날 할머니집 호돌이컵…추억의 음료수컵 '열풍'

입력 2018-09-25 07:00  


"어? 이게 아직도 있네?"

지난 24일 추석 당일 오전에 도착한 할머니 댁. 부엌에 들어선 구유나 씨(33)는 깜짝 놀랐다. 물을 마시러 부엌에 간 그는 88올림픽 기념 맥주잔과 옛날 유리컵을 여러 개 발견했다. 그는 "구하기 어려운 것들인데 생각지도 못하게 횡재했다"며 컵들을 주섬주섬 챙겼다.

최근 '호돌이', '진로', '서울우유' 익숙한 상표가 찍힌 옛 빈티지 음료수컵들이 주목받고 있다. 이 음료수컵들은 과거 음료 회사에서 판촉용으로 나눠줬던 것으로 최근에는 대부분 사라진 사은품들이다. 온라인에서 '빈티지컵', '레트로컵' 등으로 불리는 이 컵들은 최근 중고거래 장터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제품별로 가격은 상이하지만, 적게는 1만원 내외에서 많게는 10만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대부분 개인 집 창고 또는 할머니 댁 등에서 발견된 제품들이 많다. 오랫동안 쓰지 않고 방치하는 경우가 많아 중고 거래로 판매하는 이들이 많다.

이렇게 중고 거래로 나온 빈티지 컵은 약 20~30년 전에 출시된 것으로 추정된다. 한 판매자가 판매하고 있는 작은 유리 소주잔은 잔 표면에 'JIN RO(진로)' 브랜드 이미지(BI)가 새겨져 있다. 두꺼비와 함께 '眞露(진로)' 브랜드명이 박혀 있는 유리잔을 파는 이도 있다.

진소소주 관계자에 따르면 이 제품들은 80~90년대 생산된 것으로 일부는 일본 수출용으로 제작된 것이며, 일부는 국내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제작한 판촉물이다.



또 다른 판매자가 내놓은 서울우유 앙팡과 디아망 빈티지 컵도 눈길을 끈다. 해당 제품들은 90년대 서울우유가 당시 음료 프로모션용 사은품으로 사용하기 위해 제작한 것이다.

서울우유 관계자는 "당시 고객들이 선호하는 판촉물로 주방용품이나 생활용품 등이 주를 이뤘다"며 "그 중 유리컵은 회사 로고를 인쇄할 수 있고 다양한 디자인으로 만들 수 있어 판촉물로 많이 사용됐다"고 설명했다.

중고거래 사이트에 빈티지 컵 거래글이 잇따르고 있는 것은 최근 옛날 추억의 컵을 찾는 1020대 젊은이들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따르면 '빈티지 컵'을 주제로 한 게시글이 5만개에 이른다. '레트로 컵'과 '빈티지 컵 판매', '빈티지컵 수집' 등도 연관 주제로 뜬다.

대부분 빈티지 컵에 음료를 예쁘게 담은 사진 또는 빈티지 컵을 인테리어 소품으로 활용한 사진들이 많다. 심지어 빈티지 컵에 음료를 담아 파는 가게도 있다.

젊은이들이 빈티지 컵을 찾는 이유는 뭘까. 현대적이지 않은 디자인이 독특한 매력으로 작용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복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오픈마켓 옥션에 따르면 최근 한 달(7월14일∼8월13일)간 복고풍 패션과 생활용품 판매량이 전년 대비 최대 5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G마켓 거울 및 보석함 판매가 지난해보다 2배 증가했고 전통인형도 2배 이상 판매가 늘었다. 복고풍 찻잔 세트 판매도 2배(104%) 증가했다.

서울우유 관계자는 "시대가 변하면서 소비자가 선호하는 사은품의 종류가 변하게 돼 현재는 유리컵이 많이 사용하지 않는다"며 "다만 최근 빈티지컵에 대한 인기는 어른 세대에게는 추억의 제품이고, 1020대에게는 세련되지는 않지만 개성있고 독특한 제품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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