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분기 자산 배분 전략
금리·무역분쟁 등 변수로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 커져
ETF·리츠펀드 유망…신흥국 투자 줄이되 베트남은 주목
목표수익 年 6~10%, 투자기간 3개월로 잡고 자산 조정을
[ 강영연/나수지 기자 ] 국내 주요 증권회사 리서치센터장과 프라이빗뱅커(PB)들은 4분기에도 미국과 중국 간 무역분쟁이 심해지고, 미국의 금리 인상이 지속되면 금융시장 변동성이 더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금융상품 투자는 기간을 짧게 잡고 목표수익률을 낮추는 전략을 짜라고 조언했다. 유망투자 상품으로는 시장 수익률을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와 부동산에 투자하는 리츠펀드(12.31%)를 가장 많이 추천했다. 주식은 경기 고점 논란에도 탄탄한 실적을 바탕으로 꾸준한 오름세를 보이는 미국 주식과 저평가된 한국 주식에 관심을 둘 것을 권했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으로 자본 유출 우려가 커지는 신흥국의 경우 베트남을 제외한 다른 지역의 투자비중은 줄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유망 투자지역은 여전히 미국
재테크 전문가들은 4분기 가장 유망한 투자지역으로 미국을 꼽았다. 설문에 응한 40명의 증권사 센터장과 PB 가운데 40.85%(복수응답 포함)가 미국 주식 투자를 늘릴 것을 권했다. 지난해부터 미 증시의 고점 논란이 지속되고 있지만 기업 이익증가세가 꾸준하고 경기 회복세도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서영호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경제는 지난 6월 이후 감세 효과가 가시화되면서 두 분기 연속 전분기 대비 4%(연율)가 넘는 성장이 예상된다”며 “미국 경제의 순환주기상 정점은 내년 1분기로 예상하고 있지만, 정점 이후에도 2020년까지는 잠재성장률을 웃도는 성장을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흥국에 대해선 투자비중을 줄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브라질(22.37%), 인도(15.79%), 인도네시아(14.47%)는 주식 투자 비중을 줄여야 하는 나라로 꼽혔다. 이진우 메리츠종금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터키, 아르헨티나 등에서 시작된 신흥국 불안이 남아프리카공화국, 인도네시아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며 “미국 등 주요국의 통화정책 정상화로 금융시장 여건이 악화되고 있고 미·중 무역분쟁 격화, 중국 경제 둔화 등으로 취약 국가들의 위험성에 대한 우려가 여전하다”고 말했다.
신흥국 중에선 베트남이 유망한 투자처로 꼽혔다. 경제성장률이 높고, 개방도가 낮아 외부 환경에 흔들릴 위험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베트남 증시가 지난해 이후 많이 올랐지만 구조적인 성장이 지속되고 있고 경상수지 개선으로 베트남 통화의 안정성도 높아졌다”며 “외국인직접투자(FDI)가 몰리는 ‘리틀 차이나’로, 발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바이오 랠리 기대해볼 만
한국 주식은 그동안 주가 하락으로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 매력이 높아진 만큼 저가 매수의 기회로 삼을 만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가장 주목할 만한 업종으론 바이오(35.71%, 복수응답 포함)가 꼽혔다. 금융감독당국이 제약·바이오업체의 연구개발(R&D)비 회계처리와 관련된 감독지침을 제시하면서 불확실성이 해소됐고, 신약 발표 기대가 커지고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김 센터장은 “경제 전반의 성장이 부진할 때는 성장성이 높은 개별 종목들에 프리미엄이 붙을 수 있다”며 한국 바이오기업으로 구성된 ETF를 추천했다.
유망업종으로 정보기술(IT)을 꼽은 응답자도 21.43%에 달했다. 지난해부터 랠리를 이어온 반도체와 함께 2차전지,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등 IT 부품주에 대한 기대가 컸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센터장은 “에너지저장장치(ESS), 전기차용 배터리 등 중대형 2차전지 수요가 장기적으로 강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삼성SDI를 추천했다. 반도체에 대한 기대도 여전했다. 양기인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반도체 고점 논란이 있지만 그동안 슈퍼사이클을 이끌어온 서버용 반도체 수요가 꾸준하고 수출 증가세도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 포트폴리오를 짤 때는 미국 금리 인상 등으로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수익에 대한 눈높이를 낮추고, 투자기간도 짧게 가져가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목표 수익률은 1년에 6~10%, 투자기간은 3개월 정도로 잡고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또 변동성이 커지는 만큼 전체 자산의 10% 정도는 현금성 자산으로 보유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설문에 참여하신 분
구용욱 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터장
김일구 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김재중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박희정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
서영호 KB증권 리서치센터장
양기인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센터장
윤희도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이경수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장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
PB 28명은 익명 요청
강영연/나수지 기자 yy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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