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비핵화 시간표' 못박지 않은 트럼프… "2년이든, 3년이든 상관없다"

입력 2018-09-27 17:35  

트럼프 "북핵 협상서 시간게임 하지 않겠다"

"협상 전략" vs "대북 유화책"

트럼프 "비핵화 때까지 제재"
폼페이오도 "충동구매 않겠다"
北에 휘둘리는 협상 거부 의지
美 중간선거 악용 차단 분석도

트럼프, 김정은 친서 공개하며
"아름다운 예술작품" 이례적 극찬
기존 대북정책 전환 가능성도
'영변核 폐기'로 北의지 시험할듯



[ 박동휘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시간 싸움(time game)을 하지 않겠다”고 발언한 것을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11월 중간선거를 의식해 북한과 쫓기듯 협상하지 않겠다는 트럼프식 전술로 읽어야 한다는 지적이 우세하다. 일각에선 시간표가 포함된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VD)’로 북한을 압박하던 트럼프 정부가 한발 물러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시간표 없는 비핵화(?)

트럼프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미국 롯데뉴욕팰리스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북한 비핵화 협상은) 2년이 걸리든, 3년이 걸리든 혹은 5개월이 걸리든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북한 비핵화가 얼마나 오래 걸리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에게 “시간 싸움을 하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시간 싸움’은 지난 8월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발언에서 비롯됐다. 볼턴 보좌관은 미국 폭스뉴스에 나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4월27일 판문점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1년 안에 비핵화를 할 것이라고 약속했다”며 “이는 김정은이 싱가포르(미·북 정상회담)에서 한 약속을 끝까지 이행하게 하는 중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볼턴 보좌관의 발언 이후 20여 일 만에 트럼프 대통령은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을 취소했다. ‘시간표’가 다시 거론된 것은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지난 8일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김정은과의 면담 결과를 설명하면서다. 정 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2021년 1월)까지 비핵화를 완료하기로 했다”는 김정은의 발언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했다.

“시간 게임을 하지 않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김정은의 협상 전술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의미라는 게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비핵화 때까지 제재를 유지하겠다”고 했다. 정한범 국방대 안보대학원 교수는 “북한이 제시하는 시간표대로 움직이지 않겠다는 일종의 압박이자 미국 내 여론을 향해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을 선거에 활용할 생각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폼페이오 장관도 26일 방북 재개 소식을 전하면서 “물건을 확인도 하지 않고 충동구매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대북 유화책 분석도

일부에선 미국이 다소 유연한 태도로 돌아선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전날 받은 김정은의 친서를 기자단 앞에서 들어보이며 “아름다운 예술작품”이라고 극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친서 내용은 언급하지 않은 채 “감명적인 편지들”이라며 “나는 그(김정은)가 진짜로 비핵화를 끝내길 원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도 “내가 좋아하게 된 김정은(위원장)이 평화와 번영을 원한다”고 찬사를 보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발사가 중단된 만큼 북한을 몰아붙이기보다는 제재를 유지한 채 유화 제스처를 보내며 추가적인 태도 변화를 유도하려는 의도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우라늄, 플루토늄 재처리 공장이 있는 영변 핵시설을 ‘시범 케이스’로 삼아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를 시험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사찰에서부터 검증, 폐기까지 완전한 비핵화 과정을 영변에서 이뤄낸다면 종전선언 등 상응하는 미국의 조치가 이뤄질 수 있다는 얘기다. 정 교수는 “핵무기·시설·기술의 일괄 신고 후 폐기를 요구하던 기존 비핵화 정책에서 한발 물러난 것으로 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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