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기준금리 0.25%P 인상
올해 12월 추가 인상
내년엔 3차례 인상 예고
신흥국 금융위기 심화에도
美 Fed '갈 길 간다' 강경
인도네시아·필리핀 전격 금리인상
[ 김현석/유승호 기자 ]
“앞으로도 금리를 계속 올릴 것이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26일(현지시간) 열린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한 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같이 보도했다.
미·중 통상전쟁이 심화되고 미 금리 인상의 후폭풍으로 일부 신흥국이 금융위기를 맞자 뉴욕 금융가 한편에선 ‘Fed가 9월에 기준금리를 올리더라도 12월에는 동결할 가능성이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하지만 9월 FOMC에선 통상전쟁의 파장이나, 커지는 신흥국 위기 우려 등과 상관없이 10년간 이어진 미국의 저금리 통화정책을 정상화하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뿜어져 나왔다.
◆금리인상 부르는 美 경기 활황
FOMC가 이날 내린 결정은 크게 세 가지다.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려 연 2.00~2.25%로 인상했고, 성명서에서는 ‘통화정책을 완화적으로 유지하겠다’는 문구를 삭제했다. 올해 미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은 2.8%에서 3.1%로, 내년 전망은 2.4%에서 2.5%로 상향 조정했다.
모두 통화 긴축을 선호하는 매파적 성향으로 해석될 수 있는 결정이다. FOMC 위원들은 점도표(FOMC 위원들의 금리 전망을 점으로 나타낸 도표)를 통해 오는 12월 한 차례 더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을 강하게 내비쳤다. 이렇게 되면 올해 미 기준금리는 모두 네 번 인상된다. 점도표에 따르면 FOMC가 내년에도 세 번 더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데 힘이 실리고 있다. 기자회견에 나선 제롬 파월 Fed 의장도 “점진적 금리 정상화는 강한 경제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며 지속적 금리 인상을 시사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파월 의장은 무역 분쟁과 관련, “관세 부과가 미 경제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상대적으로 작다”고 말했다. 또 신흥시장 위기에 대해선 “이머징마켓 경제의 성과는 Fed 임무 수행에 있어 중요한 문제지만 (위기는) 몇몇 불안정한 나라에 한정된다”고 지적했다. 통상전쟁과 신흥국 위기에 상관없이 갈 길을 가겠다는 얘기다.
◆크게 출렁인 증시와 채권시장
FOMC가 ‘통화정책을 완화적으로 유지하겠다’는 문구를 삭제하자 그 의미를 놓고 논란이 일었다. 금융시장은 처음엔 이를 매파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파월 의장이 “문구 삭제가 통화정책 변경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며 “통화정책이 우리 예상에 맞게 진행되고 있다는 표시”라고 언급하자 유화적이란 분석이 힘을 얻었다.
기준금리가 중립금리 수준(금리 상승의 끝 지점)에 가까워진 탓에 ‘완화적’이란 표현을 없앤 것이란 해석이었다.
이 때문에 뉴욕증시와 채권 금리는 발표 직후 오르다가 기자회견 도중 내리기 시작했다. 금리 상승세가 내년께 마무리될 것으로 본 일부 투자자가 사상 최고 수준인 증시를 떠나 채권시장으로 돈을 옮긴 탓이다. “자산 가격이 역사적으로 높은 수준”이라는 파월 의장의 지적에도 일부 영향을 받았다. 결국 다우지수는 이날 0.40% 내린 채 마감됐고, 미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전날보다 6bp(1bp=0.01%포인트) 하락한 3.04%를 기록했다.
WSJ는 문구 삭제 의미보다 금리가 계속 인상될 것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WSJ는 “Fed가 금리 인상을 멈출 때는 사전에 정한 적정 금리에 도달하는 시점이 아니라 높아진 금리가 경제에 영향을 주기 시작하고 과열 위험이 가라앉은 때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불안감 커진 신흥국 시장
Fed의 금리 인상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아르헨티나와 인도 등 신흥국의 고민도 커졌다. 외국인 자금 유출에 속도가 붙으면서 통화가치가 더 하락할 우려가 있어서다.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은 27일 기준금리를 연 5.50%에서 5.75%로 인상했다. 필리핀 중앙은행도 기준금리를 연 4.5%로 0.5%포인트 올렸다. 시장에선 인도 중앙은행도 다음달 4일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6.50%에서 6.75%로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루피화 가치가 올 들어 달러 대비 13.6% 하락한 인도는 6월과 8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올렸다. 인도는 보석, 가전제품 등 19개 수입품의 관세도 올리기로 했다.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신청한 아르헨티나는 기존에 합의한 500억달러(약 55조6000억원) 외에 70억달러(약 7조8000억원)를 추가로 빌리기로 했다. 달러 대비 페소화 가치는 올 들어 50% 넘게 떨어졌다.
뉴욕=김현석 특파원/유승호 기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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