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동휘 기자 ] 중국 지린성 조선족 자치구의 주요 도시 중 하나인 훈춘시는 탈북민들이 흔히 이용하는 탈북 ‘루트’다. 함경북도 온성군에서 두만강만 넘으면 곧바로 중국이다. 강폭이 좁아 겨울이면 걸어서도 강을 건널 수 있다.
이런 이유로 훈춘시는 조선족으로 불리는 중국인과 탈북민이 공존하는 공간으로 꽤 오랫동안 진화해왔다. 시내 외곽 제조공장에서 일하는 북한의 공식 파견 근로자만 7000여 명에 달한다. 여기에 탈북민까지 합하면 인구 25만 명의 훈춘 인구 중 북한 출신이 수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훈춘 시내엔 고려수지라는 북한식 한의원까지 있을 정도다. 조선유화도 심심치 않게 거래된다.
지난 26일 문재인 대통령은 미국 뉴욕에서 폭스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탈북민에 관한 질문이 나오자 “남북통일의 마중물이나 접착제 같은 역할을 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훈춘, 닝안 등 조선족 자치도시에서 활동 중인 탈북민 지원단체들에 전화를 돌려봤다. 이들은 한결같이 “한국은 정착금을 주니까 잠시 머물 뿐, 탈북민들은 중국에서 경제적 기회를 찾길 원한다”고 했다.
통일부에 따르면 국내에 거주하는 탈북민은 3만 명을 웃돈다. 고용률은 57.9%(올 3월 기준)로 전국 평균 67.1%보다 9.2%포인트 낮았다. 전체 탈북자의 85%가 단순 근로자거나 무직인 것으로 집계됐다. 한 탈북민 지원단체 관계자는 “한국의 탈북자들은 차별을 감수하지 않으려고 대부분 신분을 감추고 산다”고 했다. 이런 이유로 탈북민들은 여권이 나오자마자 탈출로였던 중국으로 다시 나가거나 심지어 북한으로 돌아가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중국이 탈북민에 대한 정책을 단속 일변도에서 포용으로 바꾼 것도 이 같은 추세를 가속화하고 있다. 중국 옌볜대는 올해 말께 훈춘에 캠퍼스를 열고, 소프트웨어·물류·관광학과를 개설할 예정이다. 학생 중 적어도 절반은 북한의 우수 인재들로 채워질 전망이다. 탈북민 지원단체 관계자는 “한반도 평화가 무르익으면 탈북민들은 북·중 가교로서 더 큰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의 ‘통일 마중물’ 얘기를 환상으로 만들지 않기 위해서라도 정책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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