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조사 아닌 일상용 꽃 시장 겨냥
설립 4년 만에 회원수 3만명 넘어
2주마다 집·사무실 등으로 배달
신세계·롯데 등 기업 고객도 생겨
"꽃도 화장품처럼 브랜드화 시켜
'꽃=꾸까' 공식 만들고 싶어요"
[ 고은이 기자 ]
“당신이 마지막으로 꽃을 산 건 언제인가요.” 대답하는 데 한참 걸리는 사람이 많을 것 같다. 가족 졸업식 때 꽃다발을 사들고 갔거나 지인의 승진, 출산 같은 축하할 일이 생겨 꽃을 보냈거나 연인을 위한 깜짝 이벤트 때 구입했을 수도 있다.
‘꽃=선물.’ 뿌리 깊은 공식이다. 축하용이나 선물 말고 그냥 내가 사고 싶어서 구매한 경우는 얼마나 될까. 박춘화 꾸까 대표의 답이 예상 밖이다. 그 수가 적지 않고 앞으로 더 많아질 것이란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꽃 사진을 올리면 예전엔 ‘누가 줬어’라는 댓글이 주로 달렸지만 요즘은 ‘어디서 샀어, 여유 있어 보인다’는 반응이 먼저 온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꾸까(핀란드어로 꽃)는 꽃 ‘구독 서비스’를 기반으로 커온 꽃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다. 2014년 세워져 빠르게 성장했다. 1000만원으로 사업을 시작했는데 작년 매출이 40억원을 넘었다. 인터넷으로 꽃 구독을 신청하면 2주에 한 번씩 집, 사무실, 가게 등으로 꽃을 보내주는 서비스가 대표 상품이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회원이 4년 새 3만여 명으로 늘었다.
화훼업계에 꾸까가 일으킨 변화는 작지 않다. 일반적으로 국내 화훼산업은 사양 산업으로 분류된다. 경기 침체와 경조사 축소 여파로 생산액이 크게 꺾였다. 2005년 1조105억원에서 2016년 5600억원으로 급감했다. 이 기간 화훼농가도 1만2800여 곳에서 7800여 곳으로 줄었다.
박 대표는 작아지고 있는 화훼시장에 비집고 들어가 기존 업체들과 경쟁하지 않았다. 행사용이나 선물용이 아니라 ‘일상의 꽃’ 시장을 형성해 구독 서비스를 넘어 플라워클래스와 꽃 쇼룸으로 브랜드를 확장하고 있다.
그는 ‘꽃=꾸까’라는 공식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꾸까를 브랜드 비즈니스라고 정리했다. 이 목표 아래 상품 목록을 짰고 서울 이태원과 광화문에 쇼룸을 냈다. 옷, 악기, 차 등 다른 상품은 대표 브랜드가 바로 떠오르는데 꽃은 아직 그런 게 없다는 설명이다.
박 대표는 화장품회사에서 일했다. 공대를 졸업한 뒤 아모레퍼시픽에서 근무하다가 화장품 구독 서비스인 글로시박스를 공동 창업했다. 화장품업계에서 일하면서 지켜본 화훼업계는 좀 특이했다. “모든 사람이 알 만한 브랜드가 없어요. 어디서나 주문이 가능한 꽃집도 없고요. 가격이 표준화돼 있지도 않습니다. 다른 상품과 달리 꽃값은 얼마인지 감이 안 잡혀요.”
그는 체계적이지 않은 시장 구조가 오히려 기회라고 봤다. “꽃을 화장품처럼 브랜드화하고 유통구조를 확립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소비자가 대략적인 가격을 인지할 정도로 산업적인 표준화가 가능해진다면 시장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꽃 분야에 대표 브랜드가 없는 건 꽃의 90%가 경조사용으로 쓰이는 한국 현실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대형 경조사가 줄어들자 화훼산업이 곧바로 타격을 입었다. 박 대표는 이렇게 판단했다. ‘딱 기본 수요만 있는 시장, 뒤집어 보면 앞으로 개척할 여지가 큰 시장.’
유럽 꽃 수요의 40%는 일상에서 나온다. 한국인이 1년에 꽃에 쓰는 돈이 평균 1만3000원가량인 데 비해 유럽은 18만원에 이른다. 일본도 11만원이나 된다. 이게 한국 꽃 시장의 성장 잠재력이 크다는 점을 방증한다고 그는 지적했다. “일본도 국민소득이 3만달러가 넘고 나서 1인당 연간 꽃 소비액이 11만원까지 가는 데 10년 이상 걸렸습니다. 우리나라도 꽃 소비가 빠르게 늘어나는 순간이 올 것으로 봅니다.”
꾸까가 도입한 꽃 구독 서비스는 이전까지 화훼업계에 없던 개념이다. 박 대표는 “꽃을 커피처럼 일상에서 즐길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찾다가 구독 모델을 고안했다”고 말했다. 반응은 뜨거웠다. 상품을 내놓고 SNS를 통해 홍보했는데 20~30대 여성들로부터 바로 호응을 얻었다. 가격은 1회에 1만원대에서 3만원대 사이다. 1회 구독할 수도 있고 6개월 정기 구독도 가능하다.
기업을 대상으로 한 꽃 서비스에도 뛰어들었다. 신세계, 롯데백화점, BMW, 삼성전자 등이 주요 파트너다. 작년부터 추진한 기업 서비스는 전체 매출의 30%까지 올라왔다. 꾸까는 최근 기관투자가로부터 30억원을 투자받았다. 박 대표는 “꽃 스타트업이나 새로운 시도를 하는 화훼업체가 더 많이 생겨나야 한다”며 “그래야 경쟁을 통해 시장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FARM 고은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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