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종필 기자 ] 국회는 의원들의 무분별한 민간인(기업인) 증인 소환을 막자는 취지로 지난해 ‘증인 신청 실명제’를 도입했다. 하지만 특정 증인을 어느 의원이 불렀는지를 언론 등에 공개하는 것은 의무사항에서 제외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회는 2016년 12월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증인 신청 이유 및 국정감사 이슈와의 관련성 등을 적은 신청서를 소속 상임위원장에게 반드시 제출하도록 하는 게 핵심 내용이다. 이전에는 상임위원회 내에서 여야 간사가 각 당 소속 의원이 신청한 증인 명단을 받아 취합한 뒤 국정감사 전에 조율했다.
당시 통과된 법 개정안은 “의원실의 개별 협의를 통해 증인채택 여부가 결정되는 등 증인채택 과정의 투명성이 미흡하고, 증인채택이 남발되고 있다는 비판이 있기 때문”이라고 입법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여야 의원들이 스스로 증인 신청 남발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었다는 얘기다. 이 제도 시행 첫해인 지난해 국감 때는 기업인 증인 소환이 41명에 그쳤다. 2016년의 150명에 비해 크게 줄어 증인 신청 실명제가 효과를 낸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하지만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국정조사가 있었던 2016년의 특수 상황을 고려하면 단순 비교가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제도 도입 효과를 제대로 알려면 2년 차인 올해 국감을 주시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증인 신청 실명제가 제역할을 하려면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현행 제도 아래에서는 의원들이 증인 신청 사유서를 상임위에 제출하는 것은 의무사항이지만 이를 대외적으로 공개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감 때도 일부 상임위가 채택된 증인 명단을 발표하면서 해당 증인을 신청한 의원 이름은 뺐다. 국회 관계자는 “작년 국감에서는 자신의 이름이 드러나는 것을 꺼리는 일부 의원이 간사 명의로 특정 증인을 대신 불러 달라고 요청하는 사례도 있었다”고 말했다.
‘재벌 개혁’ 등을 내세우는 일부 의원에게는 증인 신청 실명제가 오히려 홍보 수단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지난 17일 기자회견을 열어 환경노동위 국감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 김형 대우건설 대표 등 다수 기업인을 증인으로 세우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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