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따면 '골프여제' 박인비처럼
'골든 커리어 그랜드 슬램' 이뤄
[ 이관우 기자 ] 시각장애인 골퍼 조인찬 씨(65·사진)의 평생 소원은 손주들의 얼굴을 원 없이 보는 것이다. 2007년 골프채를 잡은 이후로는 ‘버킷 리스트’가 하나 더 추가됐다.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 시각장애인 골프 종목 첫 금메달리스트가 되는 것이다. 1일, 4일 각각 개막하는 이탈리아 블라인드골프오픈(IBGO)과 월드블라인드골프챔피언십(WBGC)에 출전하는 그를 지난 27일 만났다.
조씨는 “올림픽이 2년 앞으로 다가오면서 마음이 바빠졌다”고 말했다. 대한시각장애인골프협회에 따르면 국제올림픽위원회는 최근 도쿄 하계 패럴림픽에 장애인 골프 종목을 신설하는 방안을 1차로 통과시켰다. 조씨는 “최종 결정은 2차 심사가 열리는 내년 초에 나오지만 분위기가 긍정적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1급 시각장애인인 그는 장애인 골프계에선 모르는 사람이 없는 스타 골퍼다. 2008년 호주오픈을 시작으로 2012년 캐나다오픈, 2015년 US오픈, 2016년 브리티시오픈을 잇달아 제패해 시각장애인 골퍼 중에선 처음으로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달성했다. 올림픽 금메달까지 따낼 경우 ‘골프여제’ 박인비(30)처럼 최초의 ‘골든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완성하게 된다.
이번에 출전하는 두 대회는 이 ‘빅 이벤트’를 염두에 둔 징검다리 대회들이다. 두 대회를 모두 석권하면 통산 7승 기록을 세우게 된다. 하루 4시간 이상 집중훈련을 해왔다는 그는 “새로 바꾼 퍼터 덕분인지 감이 좋아졌다”며 “아직까지 해보지 못한 2개 대회 연속 우승을 해 자신감을 더 다지고 싶다”고 말했다. 서포터인 김신기 씨(68)는 “최근 세 번의 연습라운드를 했는데 모두 70타대를 기록했을 정도로 퍼팅감이 좋아졌다”고 전했다.
시각장애인은 혼자 골프를 할 수 없어 서포터가 반드시 필요하다. 티를 꽂고 공을 올려준 뒤 칠 방향으로 몸을 정렬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게 서포터의 가장 큰 역할이다. 퍼팅할 땐 공과 홀컵 간 거리, 위치 등을 목소리로 알려준다. 최종 스트로크는 골퍼의 몫이다. 잘나가는 사업가였던 그는 1988년 황반변성(망막 안쪽 시신경이 퇴화하며 시력을 상실하는 질병)이 갑작스럽게 찾아오면서 2005년 시각장애 1급 판정을 받았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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