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성장 亞시장으로 '핸들' 꺾어
中 디디추싱·말레이시아 그랩에
미래에셋·SK 등 투자 잇따라
[ 하수정/이지훈 기자 ] ▶마켓인사이트 10월1일 오후 2시11분
올 들어 중국 디디추싱, 말레이시아 그랩 등 해외 차량공유(카셰어링) 기업에 투자한 국내 자금이 6000억원을 넘어섰다. 지난해까지 투자가 미미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폭발적인 증가세라는 평가다. 글로벌 카셰어링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반면 한국은 규제에 막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기업들의 카셰어링 관련 투자 역시 해외로 집중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해외 카셰어링 ‘투자 봇물’
1일 딜로이트컨설팅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한국 기업과 금융회사들이 올 들어 해외 카셰어링 업체에 투자한 액수는 6000억원을 넘었다. 공식 발표된 투자와 미공개 건을 합친 수치다. 고중선 딜로이트컨설팅 상무는 “글로벌 모빌리티(이동수단) 시장이 10년 이내 공유 서비스 중심으로 빠르게 전환될 것이란 예상에 투자가 늘고 있다”며 “2040년까지 미국 모빌리티 시장에서 공유자동차(주행거리 기준) 점유율이 80%를 넘어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1월 현대자동차의 그랩 투자 발표를 시작으로 카셰어링 기법 투자가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4월엔 미래에셋대우가 디디추싱에 2800억원을 넣었다. 지금까지 해외 카셰어링 투자 중 가장 큰 규모다. ‘중국판 우버’로 불리는 디디추싱은 중국 카셰어링 시장에서 90% 점유율을 갖고 있다. 기업가치가 60조원이 넘는 ‘유니콘 기업’(기업가치가 10억달러 이상인 스타트업)으로 평가받는다. 이와 별도로 미래에셋대우는 네이버와 손잡고 1686억원을 그랩에 투자하기도 했다.
금융투자회사도 투자에 뛰어들고 있다. 리딩투자증권은 최근 중국 국유자산관리위원회 산하 공기업이 보유 중이던 디디추싱 우선주를 207억원어치 매입했다. ‘은둔의 고수’로 불리는 장덕수 회장이 이끄는 DS자산운용도 미국 카셰어링 2위 업체인 리프트에 투자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 시장은 갈라파고스”
해외 차량공유 시장에 투자가 급증하는 데 비해 한국은 정체돼 있다. 국내 카셰어링 업체에 대한 투자(인수합병 및 지분투자)는 1000억원을 밑돈다. IMM프라이빗에쿼티가 쏘카에 600억원을 투자했고, 카카오모빌리티가 럭시를 252억원에, AJ렌터카가 링커블을 100억원에 인수했다.
정치 논리와 규제에 막힌 국내 카셰어링 시장에선 투자 수익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게 IB업계 진단이다. 현행법은 출퇴근 시간에만 카셰어링을 허용하고 있다. 지난달 말 임기가 끝난 1기 4차산업혁명위원회는 카셰어링 서비스에 반대하는 택시업계 반발로 합의를 도출하는 데 실패했다.
IB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 차량공유 업체는 가장 뜨거운 투자처지만 한국은 예외”라며 “한국 정부가 우왕좌왕하는 사이 대규모 자금을 유치한 중국과 동남아 업체들이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컨설팅사인 맥킨지는 차량공유를 포함한 글로벌 모빌리티 시장 규모가 2015년 3조5000억달러(약 3940조원)에서 2030년 6조7000억달러(약 7550조원)로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수정/이지훈 기자 agatha7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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