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정철 기자 ] “인터넷전문은행 때문에 목이 왔다 갔다 했다.”
2일 한경 밀레니엄 포럼에 참석한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5월 취임 후) 제일 머리 아팠던 게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이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달 20일 국회 본회의에서 인터넷은행법이 처리될 당시에도 박영선 박용진 제윤경 등 일부 여당 의원은 “은산분리 원칙이 훼손된다”고 주장하는 등 거세게 반발했다.
홍 원내대표는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보유 제한)라는 가치의 문제에 부딪히다 보니 논란이 일었다”며 “하지만 대형은행의 과점체제를 혁신할 ‘메기’가 필요하다고 봤다”고 말했다. 인터넷전문은행 한두 개로 금융산업이 발전하고 일자리가 생길 것으로 보지 않지만, 핀테크(금융기술) 중심으로 금융산업이 재편되기에 ‘이런 충격이라도 줘야 하지 않느냐’는 생각에서 통과시켰다는 설명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출신으로 1985년 대우자동차 파업을 이끌며 당시 김우중 회장과도 담판을 벌였던 홍 원내대표는 “최근 노동계와 불편한 관계”라고 농담 섞인 푸념도 털어놨다. 홍 원내대표는 “주 52시간 합의를 이끌면서 노동계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았고, 최저임금 산입범위 문제에서도 노동계 입장을 반영하지 않았다”며 “그 때문에 노동계가 너무 ‘환영’을 해주더라”고 했다. 최저임금법 산입범위 개정안에 반대했던 민주노총은 6·13 지방선거에서 홍 원내대표의 유세를 조직적으로 방해했다.
토론자들은 이 같은 점을 들어 홍 원내대표를 ‘노동운동가’보다는 ‘균형 잡힌 정책통’으로 평가했다. 이동근 현대경제연구원장은 “홍 원내대표를 노동 전문가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은데 사실 유연한 사고를 지닌 경제·산업 전문가”라고 평가했다. 노대래 전 공정거래위원장은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을 시행하되 단속과 처벌을 유예한 점을 들어 “정책과 현실의 괴리가 커지면서 홍 원내대표에게 거는 기대도 늘어나고 있다”고 언급했다.
참석자들은 홍 원내대표에게 친시장 정책을 좀 더 과감하게 추진할 것을 요구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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