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노골화하는 美의 통상이기주의 '발등의 불' 됐다

입력 2018-10-02 17:59  

미국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대체하는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 체결을 지난달 30일 마무리지었다. NAFTA 개정은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공약이었고,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멕시코와 캐나다를 압박해왔다. 협정의 핵심은 자동차다. 캐나다와 멕시코는 각각 연간 260만 대와 240만 대까지는 미국에 무(無)관세로 수출할 수 있지만 초과 물량에 대해서는 고율의 관세를 내야 한다. 원산지 규정도 강화됐다. 무관세 수출을 위한 역내 부품 조달비율이 현재 62.5%에서 75%로 높아졌다. 부품의 40~45%를 시급 16달러 이상의 공장에서 조달해야 한다는 조건도 추가됐다.

뉴욕타임스 등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승리”로 평가하고 있다. 캐나다 멕시코 두 나라의 대미 자동차 수출 장벽이 높아진 데다 캐나다가 자국 유제품 시장의 3.5%를 미국에 개방키로 했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통상 이기주의’가 이번에도 유감없이 발휘된 것이다. 미국은 이제 아시아로 눈을 돌리고 있다. 중국과는 이미 10~25%의 관세를 추가로 부과하며 무역 전쟁을 벌이고 있다. 이달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일본 역시 미국의 압력으로 양자 간 무역협상을 개시키로 했다.

한국은 지난달 미국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안에 서명했다. 하지만 자동차 수출에 관해 어떤 안전장치도 약속받은 게 없다. 미국은 외산차가 미국의 안보에 위협인지 여부를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해 조사 중이다. 앞서 미국은 이 조항을 근거로 철강 수입규제를 관철시킨 바 있다. 한국은 철강 관세를 면제받는 대신 수출량을 규제하는 쿼터를 수용해야 했다. 자동차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예외 인정’을 요구했지만 결과는 장담할 수 없다. 만약 한국차에 25% 관세가 부과되면 84만 대에 달하는 수출은 사실상 막힐 수도 있다. 자동차산업은 물론 국내 경제에 큰 충격이 불가피하다. 중국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된다면 그 여파 역시 무시할 수 없다. 미국의 ‘통상 이기주의’가 발등의 불이 됐다. 정부는 과연 어떤 대책을 준비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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