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화석연료 청정화 기술에 주목해야

입력 2018-10-02 18:25  

"CO₂ 감축, 태양광·풍력만으론 미흡
연료전지 발전 등 청정기술 활용을"

김영훈 < 대성그룹 회장, 세계에너지협의회 회장 >



1850년대 미국에서 처음 정유 기술이 개발돼 석유의 대량 생산이 가능해지면서 ‘새로운 빛’의 시대가 열렸다. 비싼 고래기름을 등불 연료로 쓰던 시대에 값싸고 편리한 석유의 등장은 혁명이었다. 그후 펜실베이니아주를 시작으로 미국 곳곳에 유전이 개발되면서 정유 공장도 우후죽순처럼 세워졌다. 그런데 원유를 정제하면 등불의 연료인 등유의 비율은 10% 남짓이었다. 인화성이 강해 등불 연료로 적합하지 않은 휘발유 같은 잔류기름은 산업폐기물로 남았다.

당시 정유업자들은 이 폐기물을 야만적인 방법으로 처리했는데, 곧바로 가장 가까운 강에 버리는 것이었다. 이 같은 만행은 20세기 초에 자동차가 대량 생산돼 휘발유와 경유가 귀한 대접을 받을 때까지 계속됐다. 이처럼 화석연료는 환경오염이라는 어두운 이면을 갖고 태어났다.

화석에너지는 인류가 유사 이래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풍요의 신세계를 선사했을 뿐만 아니라, 인간을 고된 육체노동에서 해방시키는 문명사적인 발전을 가능케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도 기후변화의 주범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기후변화를 극복하기 위한 에너지 대전환이 세계적으로 진행되는 가운데 이제는 화석에너지도 깨끗한 에너지로 거듭나기 위한 몸부림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최근 미국에서 화석에너지 역사상 처음으로 생산과정에서 환경 피해를 일정기준 이하로 줄인 천연가스에 대해 ‘윤리적인 가스’ 인증을 제공하는 인증 시스템이 등장했다. 생산과정에서 메탄 유출, 토양 및 수질오염 같은 환경피해가 많은 것으로 알려진 셰일 가스·오일 기업들이 이미지 개선 차원에서 이 인증에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인증을 받은 미국산 가스가 처음으로 거래됐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엄격한 환경기준을 지키며 생산된 이 가스는 일반 천연가스보다 비싸지만 이를 판매하는 기업이나 소비자들이 기꺼이 추가비용을 감수할 용의가 있을 것으로 현지에서는 보고 있다.

신기술을 통해 화석연료의 오염물질 배출을 줄이는 ‘윤리적’ 기술도 선보이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 상업화 단계에 들어간 기술만 해도 석탄가스화 발전, 연료전지 발전 등이 있다. 석탄가스화 발전은 석탄을 청정한 합성가스 연료로 전환해 사용함으로써 미세먼지나 황산화물 등 오염물질 배출량을 현저히 줄였고, 연료전지 발전은 천연가스를 수소로 개질한 뒤 화학반응만으로 전기와 열을 생산해 오염물질이나 탄소 배출이 거의 없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막연히 앞으로 몇십 년 후 지구상에서 화석연료가 더 이상 사용되지 않을 것처럼 말한다. 현실은 다르다. 세계에너지협의회(WEC)가 발표한 시나리오에 따르면 현재 세계 1차 에너지 소비량의 80% 수준인 화석연료 비중이 2060년까지도 50~70%로 유지될 전망이다.

금세기 후반까지 화석에너지를 주력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면 이를 배척할 것이 아니라 좀 더 깨끗하게 사용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활용해야 하지 않을까? 세계시장 규모가 어마어마한 이런 기술들이 국내에서는 다소 찬밥 대접을 받는 것 같아 아쉬운 감이 없지 않다. 태양광과 풍력만으로는 우리가 목표로 하는 탄소배출량 감축이 쉽지 않은 만큼 에너지 효율기술과 함께 화석에너지 청정화 기술을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차선책이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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